희귀하고 치명적인 뇌종양인 신경아교육종(Gliosarcoma)에 대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의 길이 열렸다. 국내 연구팀이 환자의 종양 특성을 그대로 재현한 ‘환자-유래 신경아교육종 오가노이드(GSO)’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초정밀의학사업단 정연준 교수(가톨릭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와 가톨릭대학교 암진화연구센터 박준성 교수,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안스데반 교수 공동 연구팀은 환자 종양 조직을 이용해 신경아교육종의 생물학적 특성을 완벽히 반영한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 최근 게재됐다.
신경아교육종은 뇌의 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신경교종의 일종으로 뇌종양 중에서도 매우 드물고 예후가 극도로 나쁜 암이다. 높은 재발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신경아교육종만을 위한 표적·면역 치료제가 없어 일반적인 교모세포종 치료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 주요 원인은 환자의 종양 특성을 재현하는 실험 모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정연준 교수팀은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환자 종양 조직을 3차원 배양해 만드는 ‘오가노이드(미니 종양)’ 기술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수술 직후 얻은 환자 조직을 특수 배양기법과 장비(orbital shaker)를 이용해 환자 맞춤형 오가노이드(GSO)를 안정적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구축된 오가노이드는 수개월간 안정적으로 성장을 유지하고, 실제 종양과 같이 주변 세포외기질(ECM)로 침투하는 침윤 특성을 보였다. 특히, 신경교종과 육종 세포의 마커를 동시에 발현해 신경아교육종의 복합적인 조직 특성을 충실히 반영했다.
연구팀은 전장 엑솜 시퀀싱(WES)을 통해 오가노이드가 환자 조직과 대부분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공유함을 확인하고 환자에게서 NTRK2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의 효과를 오가노이드에서 직접 검증하며 환자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
나아가 단일세포 RNA 시퀀싱 분석을 통해 신경아교육종이 일반 교모세포종과 달리 섬유아세포 유사 세포가 많고, 상처 회복 및 ECM 관련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는 등 침윤성이 강한 분자적 이유를 밝혀냈다.
정연준 교수는 “신경아교육종은 연구 모델이 거의 없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며 “이번 오가노이드 구축은 환자의 종양 특성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치료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며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구축된 신경아교육종 오가노이드 모델(GSO)은 향후 신경아교육종 특이적 치료제 탐색, 유전자 변이 기반의 정밀 치료 연구, 새로운 임상시험 모델 구축 등 난치암 중개연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