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대기자는 급증하는 반면 뇌사 기증자는 감소해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연명의료 중단 후 기증(DCD) 법제화, 기증 희망 등록기관 확대 및 절차 간소화 등을 포함한 ‘제1차 장기등 기증 및 이식 종합계획’을 추진한다.
복지부는 16일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1차 장기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장기이식 수요 증가와 뇌사자 기증 정체로 인한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처음으로 마련한 종합 대책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생명을 나누어주신 기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장기기증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0년 3만5852명에서 2024년 4만5567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뇌사 기증자는 같은 기간 478명에서 397명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신장이식의 평균 대기기간은 7년 9개월에 달하며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도 매년 늘고 있다.
국민 대다수(98.4%)가 장기기증 제도를 알고 있으며 64.8%가 기증 의향을 보였지만 실제 등록률은 3.6%에 불과하다. ‘방법을 알지 못해서’(25.9%), ‘막상 등록하려니 주저됨’(52.3%)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번 종합계획은 ‘생명나눔으로 국민보건 향상’을 비전으로 삼고 2030년까지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장기기증자 수를 7.8명에서 11.0명으로, 기증 희망 등록률을 3.6%에서 6.0%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복지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생명나눔 예우와 문화 조성 △의료기관 지원 및 관리 강화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 도입 △인체조직 공급체계 정비 △연구지원과 거버넌스 강화 등 5대 중점 과제를 추진한다.
현재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증 희망등록 기관은 전국 462개소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2030년까지 904개소로 두 배 확대하고, 주민센터·도로교통공단 지사 등 공공기관에서도 등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발급 시 장기기증 안내 문구를 추가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과도 연계해 국민이 쉽게 등록할 수 있도록 절차를 단순화한다.
이번 종합계획의 핵심은 연명의료 중단 후 장기기증을 허용하는 순환정지 후 기증(DCD, 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제도의 법제화다.
현재 국내에서는 뇌사자 기증만 허용되지만,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DCD가 전체 장기기증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보편화돼 있다.
복지부는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을 통해 DCD 기증을 도입하고 임종 직후 장기 적출이 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증자 유가족에 대한 장례비 지원, 추모행사, 감사패 수여 등 기존 제도를 확대하고 주요 병원과 지자체에 ‘기억의 벽(기증자 현판)’을 설치해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릴 예정이다.
또한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활용해 뇌사추정자 발생 시 즉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뇌사 관리 인력에 대한 지원 수가를 현실화해 의료기관 부담을 완화한다.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는 연간 150명 내외로, 수요의 8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병원 조직은행 지원체계 정비와 인체조직 기증 홍보 확대를 통해 공급 불균형을 완화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기증·이식 관련 통계와 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여 정책·연구 활용도를 높이고, 전문가 중심의 거버넌스를 활성화한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16세 이상이면 본인 의사로 가능하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www.konos.co.kr)에서 본인인증 후 온라인 신청할 수 있으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생명나눔실천본부·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서도 등록 안내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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