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위·십이지장 궤양 출혈 환자의 재출혈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방법을 입증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표준 치료만으로는 재출혈 예방 효과가 미미했던 상황에서 새로운 지혈 분말을 추가 적용했을 때 재출혈률이 크게 감소하고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권광안, 정준원 교수 연구팀은 출혈성 위·십이지장 궤양 환자를 대상으로 내시경 지혈술 후 지혈 분말 ‘넥스파우더(Nexpowder)’를 추가 적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효과를 다기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했다.
상부 위장관 재출혈은 내시경 치료를 받은 환자의 약 14~25%가 72시간 이내에 다시 출혈을 경험할 정도로 흔하며 이는 환자의 사망률과 입원 기간을 증가시키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기존에는 내시경 지혈술과 프로톤펌프억제제(PPI) 투여 외에는 특별한 예방책이 없었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48명의 상부 위장관 출혈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1차 내시경 지혈에 성공한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173명)은 내시경 치료 후 넥스파우더 추가 치료 △B그룹(168명)은 표준 치료만을 적용하여 비교했다.
임상시험 결과 72시간 이내 재출혈률은 넥스파우더를 적용한 A그룹은 2.9%로, 표준 치료만 받은 B그룹(11.3%)에 비해 약 4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30일 누적 재출혈률은 장기 추적 결과에서도 A그룹은 7.0%로, B그룹(18.8%) 대비 2.7배 낮은 재출혈률을 보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확인했다. 안전성은 넥스파우더 사용과 직접 관련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아 높은 안전성이 입증됐다.
이번 연구는 넥스파우더가 재출혈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한 첫 임상시험으로, 이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소화기 국제 학술지인 ‘거트(Gut)’에 게재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김경오 교수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재입원 및 의료 비용을 절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함께 연구를 수행한 김윤재 교수는 “넥스파우더가 궤양 병변 위에 강력한 보호막을 형성하여 출혈 부위를 안정화시킨다”며 “프로톤펌프억제제 도입 이후 20여 년 만에 재출혈 위험을 추가로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다기관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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