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이 좁아지는 ‘협착’과 헐거워져 피가 역류하는 ‘역류’를 모두 가진 환자는 증상의 경중과 관계없이 중증 환자에 준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중등도(보통 정도)의 협착과 역류를 동시에 앓는 환자는 중증 협착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심부전 입원 및 심장 사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국내 다기관 공동 연구를 통해 규명됐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김지훈·손지희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한국다기관판막질환코호트(총 4395명) 데이터를 분석해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 심장영상학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Cardiovascular Imaging)>에 게재했다고 14일 밝혔다.
심장의 문 역할을 하는 판막은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조절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대동맥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점차 심장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판막질환 유병률은 2010년 9.89%에서 2023년 17.03%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3개 병원에서 모은 코호트 환자들을 중등도 협착-역류 복합 환자(224명), 중증 협착 단독 환자(1,996명), 중등도 협착 단독 환자(2,175명)로 나누어 추적 관찰했다. 환자의 나이 중앙값은 76세였다.
분석 결과 중등도 협착-역류 복합 환자는 중등도 협착 단독 환자에 비해 심부전 입원 및 심장사망 위험이 1.49배 더 높았으며, 이는 중증 협착 단독 환자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히 나이가 많거나 남성인 경우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결과는 대동맥판막 협착이나 역류 중 하나만 중등도 수준일 때는 경과 관찰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복합 질환)에는 중증 환자에 준하는 적극적인 조기 치료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연구를 주도한 삼성서울병원 박성지 교수(심장뇌혈관병원 이미징센터장)는 “이번 연구는 중등도 대동맥판막 복합질환 환자의 예후를 명확히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향후 판막질환 환자들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순환기내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심장판막질환센터를 운영하며 TAVI(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 등 중증 고난도 판막 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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