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18일 ‘세계 폐경의 날’을 앞두고 여성 건강의 중요한 전환점인 폐경이 치명적인 혈관 질환인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미형 교수(제1저자)와 황정기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조기 폐경 여성이 일반 폐경 여성보다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대규모 국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
복부대동맥류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파열될 경우 사망률이 최대 80%에 이르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여성은 발병률이 낮아 기존 검진 권고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으나 일단 발병하면 남성보다 파열 위험이 4배 높고 수술 예후도 불량해 조기 진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연구팀은 논문 ‘조기 폐경 여성에서 복부대동맥류 발생률 증가’를 통해 2009년 국가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자연 폐경 여성 139만 3271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총 3629명(0.26%)이 복부대동맥류 진단을 받은 가운데 40세 이전 조기 폐경 여성은 55세 이후 폐경 여성보다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23%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평생 월경 기간이 30년 미만인 여성은 40년 이상인 여성보다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20% 더 높았다. 이는 여성 호르몬 노출 기간이 짧을수록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한다.
특히, 65세 이상 연령이나 흡연 여부 등 기존 선별검사 모델의 주요 위험 요인을 제외하고 ‘조기 폐경(40세 이전)’만을 독립적으로 고려했을 때 조기 폐경 여성의 복부대동맥류 발생률은 일반 폐경 여성보다 약 두 배(0.26% → 0.50%) 높게 나타났다. 이는 조기 폐경이 복부대동맥류를 유발하는 독립적이고 특이적인 위험 요인임을 입증한 결과다.
김미형 교수는 “여성 호르몬은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조기 폐경으로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복부대동맥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조기 폐경이 복부대동맥류를 유발하는 독립적 위험 요인임을 규명한 첫 대규모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황정기 교수는 “조기 폐경 여성은 기존의 고위험 인자(흡연, 고혈압 등)와 함께 선별검사 대상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여성 맞춤형 복부대동맥류 선별검사 기준 마련과 조기 진단 및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혈관외과학회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Vascular Surgery> (IF 4.3)에 게재돼 국내외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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