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혈관 질환인 복부대동맥류를 조기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과 숭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는 393만 명이 넘는 한국인의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했으며, 그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복부대동맥류는 파열 시 사망률이 80%에 달하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현재는 65세 이상 남성 흡연자에게만 선별 검사가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여성, 비흡연자, 60세 미만 환자 등은 검진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었다.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조형진 교수와 황정기 교수, 그리고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약 10년간 대규모 추적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약 393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연령, 성별, 비만, 흡연, 음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신장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10가지 요인을 바탕으로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이 모델은 건강검진 시 얻을 수 있는 기본 정보만으로 개인별 5년 내 복부대동맥류 발생 가능성을 계산해준다. 실제 이 모델은 80% 이상의 정확도로 환자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고령, 남성,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등은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재확인됐으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 오히려 복부대동맥류 위험이 낮은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조형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강검진 자료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위험도 평가 도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황정기 교수는 “이번 모델은 기존 검진에서 제외되었던 환자군까지 포괄할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맞춤형 검진 전략 수립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복부대동맥류로 인한 갑작스러운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돼 국제 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