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인슐린 주사, 상처 소독을 위해 매일 방문해도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농어촌 주민들의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인 보건진료소의 현실이다.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46년간 묵묵히 지켜왔지만, 낡은 법과 제도는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보건진료소는 이제 단순한 진료소를 넘어 ‘통합돌봄과 건강증진 거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인력 확보라는 또 다른 난제에 부딪히며, 의료 서비스 공백을 메우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헌법보다 낡은 농어촌의료법, 이제는 바꿀 때다 – 지역 건강의 거점, 보건진료소의 역할 재정립과 기능 강화’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농어촌의료법)의 개정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보건진료소장들은 사실상 지역 주민들이 보건진료소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법적 근거가 미비해 통합돌봄 제공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원주 황둔보건진료소 홍석미 소장은 46년이 지난 지금도 보건진료소가 농어촌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통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보건진료소까지 1시간 걸려야 겨우 올 수 있는 환경에서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한 방문진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 소장은 “당뇨 환자를 매일 방문해 인슐린을 주사하고 상처 소독을 하고 있지만, 방문진료는 법적 근거가 없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만성질환 관리에 필요한 약제 사용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진료소장회 김영남 회장 역시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촉구했다. 그는 “보건진료소는 의료 취약지역 주민 건강을 지켜왔지만, 법·제도적 틀에 묶여 다듬어지지 못한 돌멩이와 같다”며 “보건진료전담공무원들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진료소의 역할 확대만으로는 의료 취약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을지의대 나백주 교수는 “공보의 1명이 여러 곳을 순회 진료하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원격 자문 체계 강화와 지역 공공병원과의 연계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결국 보건진료소 역할 강화와 함께 지역의사제 도입 등도 병행돼야만 의료 취약 지역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