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어제(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개정안은 약사가 의약품을 대체 조제한 후, 그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정보시스템을 통해 의사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약사들의 임의적인 대체조제를 부추기는 행위”라며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성명문을 통해 개정안이 “대체조제 후 의사에게 직접 통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제형, 흡수율 등에서 차이가 있어 특히 만성질환자나 고령 환자에게는 치료 효과와 부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심평원을 거쳐 간접적이고 지연된 통보가 이루어질 경우, 의사가 환자의 상태나 약물 부작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며 “결국 그 피해가 환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개정안이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처방하고 약사는 이를 조제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기본 취지인데, 개정안은 약사가 의사의 처방을 쉽게 변경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사가 처방한 약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게 되고, 환자가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도 즉시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며 이는 “의사의 처방권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의약분업 제도의 근간을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문은 국회와 정부가 환자 안전에 대한 의료계의 거듭된 경고를 외면하고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특정 직역의 편의만을 고려하고 국민 건강을 도외시한 결정”이라며 “개정안이 그대로 의결된다면 그 모든 악결과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국회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