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밝힌 진료지원업무 수행 간호사 교육관리체계 운영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각 직역 단체에 교육 권한을 나눠주고, 안정화 이후에야 교육기관 지정·평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국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결정이다. 이는 정부가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고, 직역 갈등 속에서 제도의 일관성과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길로 들어서는 셈이다.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단순한 교육 이수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며, 체계적인 교육과 엄격한 자격 관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복지부는 교육기관의 시설, 인력, 교육과정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가승인’ 방식으로 현장 투입을 허용하려 한다. 불충분한 교육을 받은 인력이 환자 곁에서 업무를 수행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미 수십 년간 간호사 보수교육을 총괄하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유일한 기관이다. 전국 단위의 조직망과 인프라, 현장 이해도, 교육 과정 설계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교육관리체계를 직역별로 분할하는 것은 효율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훼손하는 조치이며, 필연적으로 안전 관리의 허점을 초래한다.
간호계는 일찌감치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기관, 즉 대한간호협회를 통한 일원화된 교육·자격 관리체계를 제안해 왔다. 이는 보수교육 위임 사례와 검증된 시스템이 뒷받침하는 합리적 대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업무범위 차이’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결론 없는 논의만 반복하고 있다. 그 사이 제도 시행 시기와 교육 체계 확립은 늦어지고, 국민 안전은 방치되고 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직역 단체 위임 방식을 철회하고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한 일원화된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둘째, 제도 초기부터 교육기관 지정·평가제를 도입해 시설, 인력, 교육과정의 최소 기준을 검증해야 한다. 셋째, 교육·자격 관리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과 책임 주체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
진료지원업무 간호사 제도는 직역 간 힘겨루기의 도구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다. 복지부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루지 말고, 검증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대한간호협회에 교육·자격 관리 권한을 위임하는 책임 있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국민 안전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