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시기를 지나며, 우리는 병원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단순한 치료의 공간을 넘어 환자와 보호자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병원. 이제 ‘치유의 공간’이라는 개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올해 2월부터 시작한 ‘마음나누기 힐링콘서트’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다. 이 콘서트는 병원 로비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30분간 열리는 소규모 라이브 공연으로,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에게 일상의 숨 고르기를 선사한다. 진료 대기 중 우연히 마주친 음악 한 곡이, 긴장과 불안을 녹이고 미소를 되찾게 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한 보호자는 “진료를 기다리며 보는 공연이 잠시나마 불안을 내려놓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치유받는 이 특별한 순간이야말로 환자경험의 질을 높이는 실제적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주목할 점은 이 콘서트가 병원 내부 구성원과 지역사회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건보공단 일산병원은 지난 5월부터 홈페이지와 SNS, 현수막 등을 통해 연주자와 참여자를 공개 모집했고, 그 결과 연말까지 모든 공연 일정이 마감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병원이 문턱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만들어가는 문화 활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힐링콘서트는 현재 매월 2~4회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여성합창단 ‘일산 칸타빌레 레이디스 싱어즈’, 재즈 보컬 듀오 ‘레인어클락’이 무대를 채웠고, 8월에는 피아니스트 조영웅의 클래식 연주와 초·중학생들의 피아노 연주가 예정돼 있다. 단순히 위안을 주는 수준을 넘어, ‘참여와 나눔’의 문화가 병원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제5차 환자경험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 이제 병원의 질은 단지 의료 기술과 시설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환자의 감정, 기억, 인상까지 포함한 전인적 경험이 중요한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일산병원의 힐링콘서트는 이러한 새로운 기준에 부합하는, 작지만 울림 깊은 실천이다.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환자의 삶을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음악’처럼 작고 따뜻한 감성의 힘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권혜림 간호사(건보공단 일산병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