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새벽 4시.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 사람들의 그림자가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한다.
3일째를 맞은 ‘통일걷기’ 참가자들은 말없이 짐을 꾸리고, 부스스한 눈으로 컵라면을 후루룩 넘긴다. 사과 한 알을 손에 쥔 채 단체사진을 찍고, 이윽고 새벽 5시. 또 하루의 걷기가 시작된다.
잠들지 않는 간호돌봄봉사팀
간호돌봄봉사팀의 하루는 하루가 끝나갈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날 오후 6시쯤 현장에 도착한 팀원은 곧바로 물품 점검과 서류 정리에 몰두했다. 밤 11시를 훌쩍 넘겨 숙소에 도착했지만, 방 안은 이미 깊은 숨소리로 가득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 사이를 지나며 홀로 정리를 마무리했다. 간호돌봄에는 ‘끝’이 없다.
현장은 걷고, 간호는 달린다
이날 걷기에는 2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그러나 뜨거운 뙤약볕 아래 완주한 사람은 절반 남짓. 찜통더위 속에 탈진, 근육통, 땀띠, 알레르기 반응이 속출했고, 벌에 쏘인 참가자도 있었다.
간호돌봄봉사팀은 걷기 중간중간 15분의 휴식 시간 동안 참가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탈수 증상이 있을 경우 당뇨 여부를 파악한 뒤 경구 식염 포도당을 제공했다.
특히 벌에 쏘인 환자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사용 중인 연고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없어 즉시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로 인해 스테로이드 성분의 연고와 항히스타민제의 보충 필요성이 확인됐다. 야외활동의 특성상, 이러한 응급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식사도 잠시, 다시 물품 점검
걷기 일정은 오후 12시 30분 두루미평화관 도착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참가자들은 열쇠전망대를 방문하며 일정을 마쳤다.
하지만 간호돌봄봉사팀은 여전히 바빴다. 식사 시간을 쪼개어 남은 물품을 정리하고 수량을 체크했다. 걷기를 마친 이들의 발에는 물집이 잡혀 있었고, 땀띠와 속쓰림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잇따랐다. 봉사팀은 드레싱을 진행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심하게 돌봤다.
간호돌봄은 계속된다
이 길에는 화장실도, 그늘도, 쉼터도 충분하지 않다. 물 섭취와 배출을 조절하는 ‘I/O 밸런스’는 개인의 전략이 된다.
누구 하나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는다. 이 길을 함께 걷기로 마음먹었기에, 무더위 속에서도 모두는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간호돌봄봉사팀 역시 그 곁을 쉼 없이 함께 걷는다.
고통을 돌보는 사람도, 돌봄을 받는 사람도 이 길의 동반자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이토록 명징하게 다가오는 하루. 그러나 그 고생의 중심엔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있다. 그것이야말로 ‘통일걷기’가 품고 있는 진짜 의미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