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향한 발걸음 위에, 아픈 몸을 어루만지는 간호의 손길이 함께했다.
2025년 7월 28일부터 시작된 ‘통일걷기’ 행사의 첫 이틀, 폭염과 지친 근육, 물집과 가려움 속에서도 행렬을 끝까지 지켜낸 건 바로 대한간호협회 중앙간호돌봄봉사단 단원들인 간호돌봄봉사팀이었다.
“시작부터 위기…봉사팀 차량은 쉼 없이 달렸다”
7월 28일 오전 8시 임진각에서 약 50명이 출발하며 1일차 일정이 시작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되자마자 온열질환자가 발생, 첫 코스에서 2명, 이후 구간에서 20명이 귀가했고, 점심식사 이후에는 단 10명만이 남아 걸음을 이어갔다.
간호돌봄봉사팀은 얼음찜질, 식염포도당 분배, 차량 이송 등 현장 응급대응에 전력을 다했다.
봉사팀의 주도적 대처보다는 “의지가 강한 참가자들이 지원 요청을 미루는 경향”이 강해 간호사들이 직접 순회하며 숨은 환자를 찾아냈다. 군부대 차량, 일반 승용차, 전투 앰뷸런스까지 동원되어 걷는 행렬을 끝까지 에스코트했다.
“신발 속 물집, 부어오른 발, 그래도 걷는다”
저녁 8시 40분부터 시작된 1일차 야간에는 무려 7명의 수포환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신발 마찰이 반복된 발 안팎에 평균 4개의 수포가 잡혀 있었다.
한 간호사는 말했다.
“수포가 다 터지기 전에는 걷겠다는 분들입니다. 설득이 더 어려울 때도 있죠.”
근육통과 가려움도 빠지지 않았다. 근이완제, 연고, 에어로졸 파스가 분주하게 오갔고, 환자 증상과 발생 유형은 꼼꼼히 기록됐다.
“새벽 4시, 염화포도당으로 하루를 깨우다”
2일차는 더욱 긴장된 하루였다. 새벽 4시, 전원에게 염화포도당이 나눠지고, 참가자들은 백학면사무소에서 민통선으로 출발했다.
운전자는 전날 수면 부족과 코골이로 지친 채, 걷는 인원을 놓쳐 잠시 길을 헤매기도 했다.
걷는 이들은 무더위를 피하려 새벽부터 ‘전력질주’하듯 걷고 있었고, 간호팀은 분주하게 쫓아가며 처치 타이밍을 맞췄다.
“오늘도 수포, 찰과상, 그리고 의지의 발톱”
2일차에도 수포 환자는 9명. 발바닥 앞쪽까지 수포가 커지는 양상도 관찰됐다.
특히, 한 참가자는 돌뿌리를 걷어차 발톱이 들리고 피멍이 드는 부상을 입었고, 바늘에 찔려 피가 맺히는 일도 있었다. 결국 병원 진료를 예약해야 했다.
옥계3리 마을회관에 차려진 간이 부스에서는, 수포 제거, 찰과상 소독, 근육통 대응이 일상이 됐다.
수박을 제공한 행사 측, 이온음료를 준비한 공무원들, 현장을 함께 지킨 농협직원들 덕분에 이 날은 대부분의 인원이 계획대로 완주했다.
“돌봄은 함께 걷는 힘입니다”
간호사들은 땀에 젖은 유니폼 아래로 체온을 식혀가며, 하루 수십 명의 참가자들을 돌봤다.
환자를 살피는 간호사들의 눈빛은 지쳐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걷는 이들과 돌보는 이들, 그들은 서로의 이유가 되어 통일의 길 위를 걸었다.
이 걷기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돌봄은 함께 걷는 힘이다.”
그 한 줄의 문장이, 간호돌봄팀의 손끝에서, 땀에서, 처치의 기록에서 증명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