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부위는 다른 신체 부위보다 상처가 잘 낫지 않고 벌어지기 쉬워 환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얇은 피부 아래 힘줄과 뼈가 바로 노출되는 해부학적 특성 때문에 관절액이나 고름 등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면 상처 회복이 더뎌지고 감염 위험까지 커진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기존에는 허벅지나 등에서 피부와 근육을 떼어 이식하는 ‘피판이식술’을 고려해야 했지만, 이 역시 환자에게 큰 부담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난치성 발목 상처에 희망이 생겼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김형년 교수 연구팀이 발목 주변의 삼출성 상처에 ‘지속적 흡인 배액관’ 치료법을 적용해 높은 성공률을 입증했다.
‘지속적 흡인 배액관’으로 95% 완치, 감염 사례 0건!
김형년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이 치료법은 수술 후 상처 부위에 ‘잭슨-프랫 배액관(Jackson-Pratt drain)’을 삽입하고 약 14일간 음압을 가해 체액이나 고름 등을 지속적으로 배출시키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5년간 발목 골절, 아킬레스건, 점액낭염, 인공관절 수술 후 상처 치유가 지연되고 체액이 계속 나오던 정형외과 환자 20명에게 이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했다.
놀랍게도 연구 결과, 전체 환자의 95%(19명)가 다른 부위에서 피부를 떼어내는 이식 수술 없이 상처가 완전히 치유됐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단 한 건의 감염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발목 상처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연 획기적인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환자 부담 줄이는 ‘말초신경마취법’ 도입
김형년 교수 연구팀은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환자의 편의까지 고려했다. 상처 반복 봉합 시 기존의 전신마취나 척추마취 대신 ‘초음파 유도하 말초신경마취법’을 도입해 환자 부담을 크게 줄였다. 이 마취법은 초음파로 무릎 부위 신경을 찾아 국소적으로 마취하는 방식으로, 금식이 필요 없고 수술 후 통증 완화 효과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상처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3월호에 게재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김형년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은 피부와 근육을 떼어 이식하는 피판이식술 없이도 상처를 안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김형년 교수 연구팀은 앞으로 당뇨병성 창상이나 금속 노출 상처 등 더 복잡한 증례로 연구를 확장하여 더욱 다양한 난치성 상처 치료에 기여할 계획이다. 발목 상처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이번 연구가 앞으로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