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보상을 강화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두경부 고난도 수술, 급성기 정신질환 초기 치료 등 수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24일 개최된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이번 조치는 그동안 저평가됐던 필수의료 영역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책의 성공 여부가 ‘간호사 확보 및 처우 개선’에 달렸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두경부 고난도 수술 수가 최대 80% 인상… 정신질환 초기 치료 보상도 강화
정부는 중증질환 중심의 의료체계 구축과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를 목표로 ▲두경부 고난도 수술 수가 인상 ▲급성기 정신질환 치료 수가 신설 ▲한방병원 내 의과 호스피스 수가 신설 ▲중증 장애아동 보조기기 급여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
특히, 그간 기피 진료과로 알려진 두경부 수술의 경우 의료진의 높은 기술력과 자원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구강암, 설암 등 29개 수술 항목의 상대가치점수를 상향 조정하고, 최대 80%까지 수가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수술 난이도뿐만 아니라 인접 부위 병변이 있을 경우 추가 보상이 가능하도록 급여 기준도 개선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초기 치료 보상도 강화된다.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실 입원료 수가가 새롭게 도입되며, 초기 30일 동안 집중 치료에 대해 단계별 가산이 적용된다. 개인정신치료, 가족치료, 작업요법 등의 산정 횟수도 확대되어 조기 치료와 개입을 적극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현장 인력’ 없인 무용지물?… 간호사의 핵심 역할 부각
문제는 이러한 수가 인상과 제도 변화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고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 인력, 특히 간호사의 역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수술실, 정신병동, 호스피스 병동 등 필수의료 서비스 현장에서 환자의 안전과 회복을 직접 담당하는 간호 인력은 핵심 주체로 꼽힌다.
간호계에서는 "수가 인상이나 제도 변화가 현장의 인력 확보, 근무 여건 개선과 함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고난도 수술이나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늘어날수록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숙련된 간호사들의 이탈을 야기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복지부도 이날 회의에서 수술 수가 인상 논의 과정에서 단순히 수술 난이도뿐 아니라, 수술 전·중·후 투입되는 인력과 업무 로딩(업무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했다.
특히, 두경부 수술의 경우, 수술 중 간호 인력 투입이 많고 병동에서도 수술 전후로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이 강조됐다
◇ ‘팀 기반 진료’ 속 진료지원업무 간호사 역할 명확화 시급
특히, 최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과 관련해 전공의 복귀 이후에도 ‘전문의와 진료지원인력이 함께하는 팀 기반 진료’가 강조되면서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 안에서 간호사의 역할과 책임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호사들이 더욱 복잡하고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교육과 권한, 그리고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번 수가 조정이 “필수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희소 분야 진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제도 변화와 더불어 현장에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력의 역할과 환경까지 함께 고려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필수의료 수가 인상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충분한 확보, 처우 개선, 그리고 명확한 역할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