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사태를 겪은 이후 국내 간호 인력의 구조에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말 현재 요양기관 전체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28만9074명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대비 5.60%, 2년 전과 비교하면 11.19% 증가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또 수도권 및 주요 광역시 중심으로도 인력 확충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종합병원 간호사 1년 새 7156명 늘어
의료기관 유형별로는 종합병원이 올해 3월 말 현재 10만1746명의 간호사가 근무하며, 전년 대비 7.57%라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도 1.92% 증가해 7만4399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9.30%), 정신병원(4.31%), 의원(5.65%) 등에서도 고르게 증가세를 보였으며, 특히 한방병원의 간호사 수는 24.92%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요양병원(0.91%)이나 보건진료소(-0.22%)처럼 증가폭이 낮거나 감소한 의료기관도 있어, 의료기관 유형별 인력 격차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수도권·광역시 간호사 수 꾸준한 증가… 지역 간 격차 우려도
지역별 분포를 보면 경기(5만9012명), 서울(6만6607명), 인천(1만5651명) 등 수도권 지역의 간호사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전체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2만3993명), 대구(1만7483명), 광주(1만1930명) 등 주요 광역시도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세종(–0.46%)처럼 오히려 감소한 지역도 있으며, 강원·전남 등은 비교적 낮은 증가율을 보여 지역 간 간호 인력 분포의 불균형 문제가 여전했다.
간호협회 “단순 숫자 증가가 아닌 지속가능한 인력정책 필요”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수 증가가 반드시 현장 인력 충원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는 단기적인 수치상의 변화에 불과하며,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중소병원, 지방 의료기관 등에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이어 “간호사의 지역 및 의료기관별 분포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간호서 1인당 적정 환자 수 법제화와 함께 지역 간호사 인센티브 제공, 근무환경 개선 등 구조적인 대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석결과는 단기적으로 간호사 인력 확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지만 간호사의 의료현장 이탈률, 근무 환경, 지역 격차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인력 부족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