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21일,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에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하는 간호법이 마침내 시행된다. 간호사의 독립적 전문성을 인정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법의 정신을 실현할 실질적 제도다. 가장 시급하고 핵심적인 과제는 간호사 대 환자 수의 법제화다.
우리나라의 간호인력 문제는 단순한 수급의 문제가 아니다. OECD 평균 수준의 면허 보유자 수를 가지고도, 실제 병원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 왜 수많은 간호사들이 면허만 보유한 채 병원을 떠나는가. 정답은 명확하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과 비인간적인 근무환경, 그리고 그로 인한 건강권 침해 때문이다. 배치 기준이 없고, 규제가 없으며, 결국 책임도 없다.
현재 간호사 1인이 감당해야 할 환자 수는 의료기관과 병동마다 천차만별이다. 의료법상 허가 기준은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고, 간호관리료 차등제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다. 그 결과, 병상수는 OECD 평균의 3배 가까이 되지만, 간호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환자 안전과 간호사의 삶 모두가 위협받고 있다.
이제는 법으로 정해야 한다. 어느 병원이든, 어떤 환자든, 최소한의 간호인력이 간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호법 제29조의 개정 논의는 이러한 절박함에서 출발한다.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며, 국민 누구나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그 핵심이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검증된 방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20년 전부터 간호사 배치기준을 법제화했고, 그 결과 환자 사망률은 낮아지고 간호사 이직률은 줄어들었다.
이번 개정안은 간호사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이고, 국민에게는 안전의 문제다. 대한간호협회가 운영하는 ‘병원급 의료기관 간호사 배치기준 마련 TF’를 중심으로 현장 간호사와 전문가, 유관 단체가 힘을 모아 현실에 기반한 합리적 기준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하며, 더 이상 ‘권고’나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의 미봉책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수준 높은 간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간호사는 인간다운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그 교차점에 간호사 대 환자 수 법제화가 있다. 더는 미룰 수 없다. 지금이 그 기준을 정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