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신고된 노인학대 의심사례는 2만2746건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실제 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7,167건(31.5%)으로, 전년 대비 2.0% 늘어났다. 이는 고령사회의 그늘 속에서 노인학대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보건복지부는 6월 13일 ‘제9회 노인학대예방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노인학대의 주요 특성과 대응 방안을 공유했다.
배우자에 의한 학대, ‘가장 흔한 학대 유형’으로 부상
2024년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전체의 38.7%**를 차지해 주요 가해자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2020년 31.7%, 2022년 34.9%에 이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과거 가장 흔한 가해자였던 ‘아들’은 2020년 34.2%에서 2024년 26.4%로 감소했다.
이는 노인 부부만으로 구성된 가구의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가정 내 배우자 간 갈등이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피해 노인의 가구 형태를 보면, ‘노인부부 가구’가 40.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자녀동거(28.7%), 독거노인(14.7%) 순이었다.
학대 가해자도 고령화…70대 이상 비중 34.7%
또 다른 특징은 학대행위자의 고령화다. 70대 이상 가해자는 2020년 30.4%에서 2024년 34.7%로 증가했다. 반면, 50대 이하 가해자는 2020년 53.1%에서 2024년 43.2%로 감소했다.
이는 노인 간 학대, 즉 고령 배우자 또는 친족에 의한 학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학대 피해 노인 역시 절반 이상이 75세 이상으로 고령층의 취약성이 뚜렷했다. 2024년 기준으로 75세 이상 피해 사례는 전체의 53.0%를 차지했다.
학대 신고 증가, 그러나 여전히 빙산의 일각
노인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2020년 1만6973건에서 매년 증가해 2024년 2만2746건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실제 판정 건수는 그 중 31.5%에 불과해, 여전히 다수의 학대가 은폐되어 있거나 판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학대 은폐 문제 해결을 위해 ‘나비새김 캠페인’ 등 공익 홍보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협력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복지부 은성호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노인학대 예방을 위해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 ▲배우자 등 가해자 대상 상담·교육 강화 ▲AI 모니터링 및 ICT기반 사후관리 확대 등 촘촘한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