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10일 ‘2024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노숙인의 건강 상태 악화, 고령화 심화, 정신건강 위기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노숙인의 건강 및 의료이용, 경제활동, 사회복지서비스 이용 현황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었으며, 2016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노숙인의 건강 문제와 심리적 위기 심화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주관적 건강 인지율’은 40.3%로 2021년보다 하락했다. 알코올 의존성 음주 비율과 우울증 유력 비율은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쪽방 주민의 경우 문제성 음주율이 42.2%로 2021년 대비 13.3%포인트 증가, 우울증 유력 비율도 71.3%로 10.3%포인트 상승해, 심리적 건강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노숙인이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비율은 6.5%로, 2021년보다 3.1%포인트 감소해 의료접근성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상당수의 노숙인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노숙인의 고령화 문제는 건강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시설 노숙인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36.8%로, 2021년 대비 4.1%포인트 상승했다. 쪽방 주민의 노인 비율 역시 40.8%에 달해, 만성질환, 신체기능 저하 등 고령화에 따른 복합적인 건강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노숙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 항목으로는 ‘의료지원’이 14.4%로 3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주거지원이나 소득보조보다 낮지만, 여전히 긴급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영역임을 보여준다. 무료급식(84.8%)과 편의시설 이용(74.2%) 등 기초 생존과 밀접한 서비스 이용은 증가했으나, 정작 주거·의료와 같은 근본적인 회복 기반 마련을 위한 서비스 이용률은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였다.
거리 노숙인이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36.8%)이라는 응답이 많았으며, 의료·정신건강 지원체계가 이들의 생활 환경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제3차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배경택 복지정책관은 “노숙인의 건강 상태와 심리적 고통이 더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숙인이 단지 보호 대상이 아니라 회복 가능한 시민으로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건강지원 체계 마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