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ES 2025에 참여한 Nursing XR 전시부스에서 여지영 대표(우측 발표자)가 차세대 보건의료교육 솔루션 ‘AI–Connect Nurse’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CES 2025, 세계 최대 규모 기술 박람회
라스베이거스의 거대한 전시장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5가 개최된 이곳에는 전 세계 수천 개의 기업과 연구기관, 그리고 기술의 미래를 탐구하는 이들이 모였다. 간호학자이자 창업가로서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필자는 간호교육의 미래를 다시금 깊이 고민하는 계기를 얻었다.
CES는 1967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박람회이다. 단순한 가전제품 전시를 넘어 AI, 로봇공학,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2025년 CES는 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행사 주최자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집계에 따르면 참가 기업 수는 160여개국·지역에서 4500여개에 달했고, 올해 관람객은 총 14만1천명 이상으로 지난해(13만5천명)보다 약 5% 증가했다.
AI, 인간과 협력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
의료·교육 등에서 핵심 역할 기대
작년에 이어 CES 2025에서도 AI는 단연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CES 2024 슬로건 ‘All Together, All On’이 협력을 통한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았다면, 올해의 슬로건 ‘Dive In(몰입)’은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더욱 깊이 탐구하고 미래 혁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의미를 강조했다.
CES 2025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AI(인공지능)가 이제 하나의 독립적 기술이 아니라, 모든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기술,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은 기조연설에서 AI의 발전이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AI가 인간과 협력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AI Agent), 엣지 AI(Edge AI),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가 실시간 분석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의료·교육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피지컬 AI(Physical AI)의 발전을 통해 AI가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넘어 로봇과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현실 세계에 더욱 깊이 스며들고, 인간과의 협업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사실, AI 기술은 다양한 기술과 융합되며 검색 엔진, 스마트 가전 등 현실 세계에서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CES 전시장에서도 AI가 적용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자동으로 실행하는 단계까지 발전했으며, 의료 현장에서도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맞춤형 치료를 지원하는 역할을 서비스하는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간호실무에도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과 맞춤형 중재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사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박람회 CES 2025에 참여한 Nursing XR 전시부스.
간호교육, AI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간호교육은 어떠한가? AI(인공지능)가 우리 일상에서 당연한 것이 되어가고 인간과의 협업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간호교육에서는 아직 개념적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과 교육 현실 사이의 간극. CES에서 AI는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되어 우리 손안에 들어오고 있지만, 간호교육에서의 AI는 여전히 ‘미래의 기술’로 바라봐지고 있지 않은지... 최신 AI 기술이 혁신적으로 소개되는 이 공간에서, 필자는 아쉬움과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와 더불어 XR(확장현실) 기술에서도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체감했다.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은 교육 혁신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았지만, 올해 CES에서 체감한 XR 기술의 발전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다. 새로운 XR 기기들이 출시되고 있었지만, 그것이 우리가 기대했던 ‘획기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기술 발전이 급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가를 고민했을 때, 여전히 부족함이 느껴졌다. 간호교육에서 AI와 XR 등 최신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와 그것이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는 속도 사이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교육 현장에서, 실무에서 의미 있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사진] Nursing XR 전시부스에서 관람객이 VR(가상현실) 고글을 착용하고 시연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의료 환경 AI 실용화 … 맞춤형 디지털 치료 시대
환자 간호에서의 AI 적용 모색 … 간호교육 혁신해야
CES 혁신상은 매년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수여하는 상으로, 기술의 혁신성과 실용성을 평가한다. 수상 부문은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차량 기술 및 첨단 모빌리티(Vehicle Tech & Advanced Mobility)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어,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의 여러 측면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AI 트랜스포메이션(AI Transformation, AX)과 디지털 헬스의 융합이었다.
지난해 CES 2024에서는 웨어러블 기기 중심의 건강 모니터링이 주요 기술로 스마트워치, 혈당 모니터링 디바이스 등이 혁신상 후보로 선정됐었다.
이번 CES 2025에서는 AI가 본격적으로 헬스케어 시스템에 결합되면서 맞춤형 치료 및 예방 중심 헬스케어 솔루션이 강조됐다. 의료 환경에서의 AI 활용이 더욱 실용적인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한양대학교 ERICA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 게임연구실(지도교수 김기범)에서 개발한 AI 기반 이명 치료기 ‘TD Square’가 ‘CES 2025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 Award)’을 수상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 장치는 AI와 XR을 활용해 이명(Tinnitus) 증상을 완화하는 혁신적인 디지털 치료 솔루션이다. TD Square는 가상현실(VR) 환경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환자 맞춤형 이명 입체 음향을 생성하고, 환자가 이를 조작하며 치료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장치는 AI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로보틱스(Robotics) 부문 최고 혁신상은 일본의 BionicM Inc.가 개발한 ‘Bio Leg’가 수상했다. 이 제품은 인공지능(AI)과 센서 기술을 결합해 사용자의 보행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고 최적의 보조 동작을 제공하는 로봇 의족이다.
이 제품은 재활간호와 물리치료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간호사들이 장애 환자 및 고령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AI와 로보틱스 기술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면상 다 소개할 수 없지만 CES 2025에서 확인된 AI 트랜스포메이션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융합은, 보건의료 실무와 간호교육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사진] Nursing XR이 개발한 차세대 보건의료교육 솔루션 ‘AI–Connect Nurse’ 제품 사진.
Nursing XR, 차세대 보건의료교육 솔루션 개발
CES 참여해 홍보 전시 … 관람객들 관심 집중
Nursing XR은 한양대학교 지원기업으로 선정되어, 작년에 이어 CES 2025에서 두 번째 전시 기회를 가졌다.
2022년 한양대학교 실험실 창업기업으로 출발한 Nursing XR은 창업 초기부터 ‘AI 기반 감성 커뮤니케이션 교육환경 구현’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간호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왔다.
이번 CES 2025에서는 차세대 보건의료교육 솔루션 ‘AI Connect Nurse’를 선보이며, 감성분석 등을 활용해 대상자 중심의 전인간호 역량에 초점을 맞춘 교육적 가치를 공유하고자 했다.
특히 작년 가을부터 본 기업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지원해주신 김현진 교수님과 함께한 CES 2025 부스 운영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 교수님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교육 전문성은 Nursing XR의 솔루션의 교육적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외부와 공유하고 소통하는 데 기여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같은 고민을 하는 간호학 전공자로서 AI와 XR 기술을 간호교육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현장에서 함께 나눌 수 있었다.
‘AI Connect Nurse’는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해외 연구자들은 간호교육 시스템 내에서 AI의 기술적 역할을 탐색하고 모델을 발전시키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CES 2025에서 확인한 가장 중요한 통찰은 기술 혁신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교육적 맥락에서 의미 있게 활용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라는 점이었다.
AI와 XR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간호교육의 실질적 변화를 견인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의 실용성, 교수법, 그리고 실제 학습 효과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와 검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감성 분석 및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은 간호사가 환자의 정서적 요구를 이해하고, 보다 섬세한 맞춤형 간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기술임을 확신하게 됐다.
이번 CES 2025 경험을 바탕으로 Nursing XR은 기술적 혁신과 인간 중심의 교육을 결합해 간호교육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AI와 XR을 활용한 교육 혁신이 궁극적으로 환자 중심 간호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Nursing XR은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초석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