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떠난 의료기관에서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간호사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대한간호협회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문제-간호사 법적 위협 2차 긴급 기자회견’을 8월 20일 오전 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2월 27일부터 시행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간호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간호협회는 이번 실태조사를 6월 19일∼7월 8일 실시했다. 의료법 제3조의3에 따른 종합병원,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2조의2에 따른 수련병원 등 387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했으며, 303개 기관이 설문에 응답했다.
실태조사 결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151개에 불과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간호사는 1만3502명이었다.
특히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이면서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의료공백 사태 이후 병원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신입간호사 발령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실태조사에 참여한 41개 의료기관의 경우 올해 발령할 간호사 8390명을 지난해에 선발했지만, 이중 76%(6376명)가 8월 13일 현재 발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1개 기관은 간호대학 4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올해 신입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나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만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신입간호사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린 채 불안해하고 있고, 졸업을 앞둔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은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탁영란 회장은 “이제는 진료지원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에 대한 교육 지원과 함께 신입간호사 및 예비간호사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의료공백 사태 이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더 이상 간호사들이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