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정부가 시행 중인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
대한간호협회는 ‘전국 간호사 간호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5월 23일 오후 2시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개최하고 이같이 결의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간호협회 중앙회와 시도간호사회 및 산하단체 임원,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간호사 등 2만여명이 집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신경림 위원장은 ‘국회와 정부의 간호법 제정 약속 미이행 시 강력 투쟁 선언’ 발표를 통해 “이제 간호법 통과를 위한 시간은 단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간호사들은 5월 24일과 27일에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고 간호법안 통과가 무산될 경우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 간호사들은 간호법 없는 정부 시범사업을 전면 보이콧하고, 간호법안이 폐기될 경우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모든 의료 관련 조치를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림 위원장은 “우리 간호사들은 언제나 국민의 편에 서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지금의 의료현장이 유지되도록 버티고 있는 간호사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이 계속된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만약 5월 24일과 27일 양일간에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정치는 또다시 간호사들을, 국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21대 국회 회기 내에 간호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하는 전국 간호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대국회 성명서와 호소문을 통해 결의를 다졌으며, 간호법안을 즉각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어 거리행진을 하며 국민의힘 및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으로 이동해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했다.
“21대 국회는 간호법안 즉각 통과시켜라”
대국회 성명서와 호소문 낭독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21대 국회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오늘까지도 여야 정치인들은 간호법안 통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은 시대정신이며, 이를 반대하거나 지연시키는 세력은 비인도적이며 앞으로 반드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은 위기의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고, 간호와 관련된 법이 없어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와 불법에 내몰리고 있다”며 “여야 국회의원님들께서는 간호법안 통과 약속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고 국민의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해 간호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보호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며 의료개혁의 본질”이라며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대한간호협회 손혜숙 제1부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의료개혁과 간호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사회적 의제”라며 “의료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선결조건은 간호법안 통과”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공백 상황에서 국민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현장을 지키고 대응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며, 더 이상 간호사는 희생과 헌신의 대명사가 아니다”라며 “간호법안이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통과돼 제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대구시간호사회 서부덕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의사들이 떠난 의료공백 사태에서 환자 곁을 지킨 간호사들이 범법자로 몰릴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간호사는 필요할 때만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1대 국회 회기 종료일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간호법안과는 전혀 관계없는 정치적인 이유들로 인해 간호법안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며 “여야 의원님들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기대하며, 간호법안 통과에 힘써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및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까지
거리행진 후 대국민 호소문 낭독
결의대회에 참석한 간호사들은 ‘간호법 약속을 지켜라’ ‘국민 곁을 지키기 위해 간호법 투쟁’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21대 국회는 간호법안을 즉각 통과시켜라! △의료공백, 간호사가 지켰더니 범법자가 웬 말이냐! △약속을 지켜라, 간호법! 제정하라, 간호법! 통과시켜라, 간호법!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간호법 없는 의료개혁, 속 빈 강정이다’ ‘간호법이 없다면 간호사도 없다!’ ‘간호사의 헌신은 소모품이 아니다!’ 등의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결의대회에 이어 간호사들은 거리행진을 하며 국민의힘 및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으로 이동했다. 양당 당사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고, 간호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호소문을 낭독한 경남간호사회 남정자 회장은 “간호사의 안전이 경시되고 있고, 간호사의 안위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민 여러분이 안전한 간호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은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필요한 법”이라며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간호사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호소문을 낭독한 전북간호사회 신은숙 회장은 “국민의 삶에 기본이 되는 간호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제 간호사들의 믿음에, 국민의 명령에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의 시간을 간호사와 함께 지켜봐 주시고,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퍼포먼스는 대형 사각티슈 상자에서 '간호사' 글귀가 쓰인 흰색 천을 뽑아서 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간호사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지만, 필요할 때 쓰고 버려지는 티슈와 같다는 의미를 담아 경종을 울린 퍼포먼스이다.
이날 전국 간호사 간호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는 대한간호협회 유튜브 채널 ‘KNA TV’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정규숙·정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