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은 허투루 지나면 안 된다.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예술작품의 일부가 되는 보물찾기 여정이 시작되는 길이다. 서두르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펴야 한다. 생물학적 흔적을, 정신적인 흔적을, 문화적인 흔적을, 단서가 되는 구체적인 흔적을 찾아 여행하는 시간이다. 이는 곧 역사와 미래로의 여행이다.”
조유향 전 초당대 간호대학 교수가 서해랑길을 걸으며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는 국내외 트레킹 코스를 걸었던 경험을 글로 쓰고 있다. 이번 책 ‘서해랑길 워킹투어’는 워킹투어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서해랑길은 우리나라의 전남 해남 땅끝탑에서 인천 강화를 연결하는 코리아 둘레길의 서해안 구간이다. 109개 코스, 1800km 길이의 걷기여행길로, ‘서쪽(西)의 바다(파도)와 함께(랑) 걷는 길’을 의미한다.
책에서는 서해랑길 중 전라남도 구간을 소개한다. 총 40개 코스, 643.5km 길이로 8개의 기초 지자체를 지난다. △해남군 138.5km △진도군 123.1km △영암군 11km △목포시 18km △무안군 167.5km △신안군 95.3km △함평군 19.0km △영광군 81.7km 등이다.
조유향 전 교수는 머리말에서 “서해랑길을 걷는 날은 선물 같은 하루가 주어졌다”고 밝혔다. “눈, 귀, 코, 다리, 손 등등 나의 온몸이 서해랑길을 기억한다”며 “서슴없이 ‘서해랑길을 읽었다’고 말하고 싶고, (책에) ‘서해랑길을 읽다’라는 부재를 달고 싶다”고 전했다.
이 책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이 있었던 명량해협 울돌목, 삼별초 공원, 운림산방과 같은 잘 알려진 이야기가 서린 곳부터 조금나루, 오시아노해변, 홀통해변, 나불공원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걷는 이만 찾아낼 수 있는 숨은 명소도 세심하게 소개했다. 해남 배추, 진도 홍주, 무안 양파빵과 고구마 치아바타, 신안젓갈, 법성 굴비, 영광 모시송편 등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유향 전 교수는 또 서해랑이 품은 문화예술 유산에도 관심을 가졌다.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이곳 출신의 작가와 작품들을 찾았다. 서해랑을 걸을 후 목포 문학의 거장 김우진 극작가, 박화성 소설가, 차범석 극작가, 김현 평론가의 저서와 자서전을 읽었고, 진도 곽의진 작가, 광주 문순태 작가, 신지견 작가, 송은일 작가 등의 작품들을 탐독했다. 걷는 여정 사이사이에 관련된 작품들을 녹여냈다.
조유향 전 교수는 “서해랑길은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의 보고로서 뿐만 아니라 통찰력을 길러주는 무한한 지혜의 보고로서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한번 마음에 새기면 영원히 삶의 지침으로서 남는 몸 전체가 받아들여진 무엇인가가 응축된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땅끝마을 해남에서 서울 구파발까지 걸은 이야기를 담은 ‘삼남길 이야기’와 남파랑길 전남지역을 기록한 ‘남파랑길 워킹투어’를 펴냈다. 현재 한국농촌의학지역보건학회 고문, 한국도서(섬)학회 이사, 전남 목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