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km 걷는 여정은 도전과 극복의 연속
인생을 통찰하고 인내심과 강인함 배우다
간호사의 길에 대한 깊은 깨달음 얻어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 삶의 중요한 순간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간호대학생이었던 2014년을 시작으로 2017년, 그리고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순례길을 완주한 경험은 저를 새롭게 발견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저는 언젠가 또다시 그 길 위에 서게 될 것을 믿고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길을 말하며, 기독교 역사와 문화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길은 수백년 동안 세계 각지의 순례자들에 의해 전해져왔으며, 종교적인 의미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전과 동시에 영감을 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러 경로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의 경로는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프랑스길은 프랑스 생장피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출발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국경까지 걸어가는 800km의 긴 여정으로,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도시의 역사적인 명소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 다른 경로인 북쪽길은 이룬에서 시작하여 해안을 따라 산티아고로 향합니다. 그리고 은의길, 포르투갈길과 같은 다른 경로들도 각각 고유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길 위에서 겪은 모든 순간들이 제 삶에 큰 영향을 주었고, 무엇보다 간호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려움과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매일 20∼30km를 걷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이런 도전을 극복하고 성취하는 경험은 간호사로서의 업무에서도 큰 힘을 줍니다. 환자의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이겨내며,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배운 강인함과 인내력을 간호사의 자질로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0. 혼자 또 함께 하는 길
순례길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열정적인 순례자들과 친구가 되고 추억을 쌓은 것입니다. 홀로 걷기 시작했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걷는 순례자들은 국적, 남녀노소 관계없이 빠르게 친구가 됩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외국에서 혼자 걷는다는 것이 조금 두려웠지만, 길 위에서 만난 순례자들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들과 함께한 순간들은 국적, 언어,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가 공유하는 순례길의 경험을 중심으로 더욱 가까워지게 했습니다.
#1. 배낭의 무게는 삶의 무게와 같다
첫 번째 순례는 2014년 12월에 시작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담다 보니 배낭의 무게가 무려 13kg에 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순례길을 걷는순례자들에게는 본인 체중의 1/10 만큼을 준비하라고 권장되지만, 저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3일차에는 불필요한 짐을 모두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 것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욕심이었던 무거운 짐을 비운 후에는 훨씬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주변을 더 여유롭게 탐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의 순례길에서는 최대한 짐을 줄이고, 필요한 물품은 현지에서 구매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고, 덕분에 순례를 더욱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낭의 무게와 삶의 무게는 짐을 버림으로써 가벼워지고, 그로 인해 더 풍요로운 경험과 여유를 얻을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2. 지역축제와 타파스바 특별한 체험
2017년 여름의 순례길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주었습니다. 팜플로나 지역을 지날 때 운이 좋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명 ‘소몰이 축제’로 불리는 산페르민 축제(Fiesta de San fermin)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축제는 현지 문화와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축제 현장에서는 잔뜩 성이 난 소들과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흥미진진한 광경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 주민들과 순례자들 모두에게 큰 호기심과 즐거움을 안겨주었으며, 그 순간들은 순례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런 전통적인 축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동안 만날 수 있는 보너스 같은 경험이었고, 이러한 순간들이 나를 산티아고 순례길로 끌어들였던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스페인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와인 또한 유명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특히 타파스바(Tapas Bar)에서의 음식 문화는 독특하며 매우 매력적입니다. 와인이나 맥주를 시키면, 술과 함께 간단한 안주를 제공해줍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안주를 즐길 수 있어 하몽이나 해산물과 같은 다양한 옵션을시켜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러한 타파스바는 스페인 문화의 일부로, 지역 특산물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맛있는 안주와 함께 맥주나 와인을 즐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간단하지만 풍부한 음식 문화는 타파스바를 찾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며, 스페인 여행 중 맛있는 음식과 함께 지역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부분 중 하나입니다.
#3. 평화와 함께하는 길
순례길을 걷다 보면 크고 작은 성당을 매일 지나게 됩니다. 각각의 성당은 독특한 특성과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 곳에 가면 영적인 경험과 함께 그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무교이지만, 순례길을 걷는 동안에는 성당을 방문할 때마다 나와 함께하는 친구들이 평안하길 기도했습니다. 그 순간은 종교나 신념의 차이를 뛰어넘어서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순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순간들은 종교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소통과 공감을 강조하며 순례길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4. 뜻밖의 모험으로 가득찬 인생
길 위의 날들은 매일 이벤트의 연속입니다. 오세브레이로(O cebreiro)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알베르게(순례자 숙소)가 꽉 차서 머물 곳이 없었던 당황스러운 순간, 다른 순례자의 텐트를 빌려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샤워도 할 수 없고, 잠자리도 불편했지만 스페인의 어느 시골 성당 뒷마당에서 언제 캠핑을 해보겠느냐는 생각에 신이 났었고, 수많은 별들을 이불 삼아 잠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어떤 태도로 상황을 대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배드버그에 물린다던가, 넘어져 다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경험과 인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상황이 닥쳐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이 순례길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인생은 항상 뜻밖의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 모험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5. 순례길 이후 나의 삶
걷고, 먹고, 자고, 다시 걷는 단순한 일상 속에서 한 달이 흐르면, 그 시간이 마치 꿈 속에서 보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순례길에서의 경험과 노력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불어넣어 줍니다. 이러한 경험은 그 자체로 소중한 성장의 기회이며, 일상으로 돌아와도 항상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로 남습니다.
이 길은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가꾸고, 인간에 대한 통찰, 나아가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간호사로서 더 풍부한 관점과 이해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인생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번쯤 경험해보길 추천합니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얻은 경험은 삶의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일상에서도 Buen Camino! 좋은 여행 되세요!
***부엔 까미노(Buen Camino)!는 ‘좋은 여행 되세요!’라는 스페인어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여행자들이 서로 건네는 인사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