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간호사들이 국회를 향해 간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간호법 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이며, 최종 표결 단계만을 남겨 놓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가 4월 3일부터 매일 개최하고 있는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이 4월 13일과 14일에도 계속됐다. 이와 함께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이 전국에서 2만여명이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 집결한 가운데 4월 5일과 12일에 열렸다.
4월 13일과 14일 문화마당은 오전 11시 30분 국회 정문 앞과 맞은편 집회장소(현대캐피탈빌딩·금산빌딩)에서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어 거리행진을 하며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으로 이동해 문화마당을 계속 진행했다.
문화마당이 펼쳐진 현장에는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입니다 △부모돌봄의 선진국가 간호법으로 시작합니다 △간호법=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입니다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의 자유발언이 국회와 여의도 시민들을 향해 울려퍼졌다.
4월 13일 국회 정문 앞 문화마당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국회의원이 찾아와 간호사들을 응원했다. 이수진 의원은 “간호법은 여야가 합의해 진행하고 있는 법”이라며 “이제 와서 중재안을 내놓는 것은 꼼수이자 지연하려는 의도이며,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을 안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간호법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더 이상 간호사들이 국회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의 자유발언이 진행됐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이영미 간호사는 “미래 의료를 고민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여전히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간호현장을 보며 좌절감이 들 때가 많다”며 “체계적인 간호사 인력배치와 합리적인 근무환경을 통해 국민과 환자에게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간호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건강을 위해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이상숙 간호사는 “2000년 의약분업 시 의사들이 파업했을 때 간호사들은 묵묵히 환자 곁을 지켰고,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파업했을 때도 간호사들은 환자안전을 위해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며 “코로나 상황에서도 ‘내 앞의 환자를 살리고 싶다. 살려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버텨왔고,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은 환자를 안전하게 간호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법”이라며 “환자와 국민, 간호사의 안전을 위해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윤미정 간호사는 “경력간호사가 떠난 자리를 신입간호사가 채우고, 현장은 늘 간호사가 부족한 상태”라며 “숙련된 간호사가 국민과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간호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호스피스병동에서 일하는 박은정 간호사는 “간호사의 일은 너무 의미 있고 보람되며,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며 “하지만 제 아이들이 지금 같은 의료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간호사가 된다고 하면 만류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박혜란 간호사는 “간호법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볼 테니 간호사가 건강히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절박한 외침”이라며 “국민에게 더 나은 양질의 간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은 간호법 국회 통과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윤서연 간호사는 “언제까지 간호사가 밥도 못 먹고, 화장실 갈 여유도 없고, 물도 마시지 못하는 환경이 계속돼야 하는가”라며 “국민과 환자를 제대로 간호하기 위해선 간호사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황석영 간호사는 “국민의힘은 간호법 국회 통과를 위해 적극 나서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4월 14일 열린 문화마당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서수진 간호사는 “얼마나 숙련된 간호사가 곁에 있느냐에 따라 그 환자의 치료결과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면서 “우리들의 부모와 아이들, 국민들이 전문적이고 숙련된 간호사로부터 안전한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사들이 업무범위를 지키면서 전인간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간호법 제정에 힘을 보태달라”며 국회를 향해 호소했다.
투석환자를 돌보는 임혜원 간호사는 “코로나19로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투석할 병원이 없어졌을 때, 정규 투석환자를 돌보는 업무가 종료된 후 코로나 투석환자를 돌보며 12시간 이상 방호복 안에서 사투를 벌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백의의 천사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간호사의 봉사와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고, 간호사가 처우나 임금 개선을 주장하면 속물 취급을 받는다”며 “책임과 의무는 넘쳐나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도와 간호사는 “간호사는 스스로를 코로나와 맞서 싸운 영웅이라고 하지 않았고, 영웅이 되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환자와 함께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대한민국의 간호사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간호사는 있는데 간호법은 없다”며 “법이 정한 간호업무를 수행하고 싶은 것인지, 타 직역의 일을 침범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황선정 간호사는 “간호법은 대한민국 초고령사회와 미래 감염병에 대비한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위한 법”이라며 “간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 및 수요한마당에서는 피켓과 현수막, 참가자들의 마스크와 스카프 등을 ‘민트천사 캠페인’에 맞춰 민트색으로 통일하고 있다. 민트천사는 ‘민심의 물꼬를 트며 국민과 소통하는 간호천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존엄돌봄, 맞춤돌봄, 안심돌봄 등 부모돌봄을 위한 간호법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