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미란 간호사(가운데)가 두 번째 시집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 낭독 콘서트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대구문학관 유튜브 캡쳐]
시인 박미란 간호사(계명대 동산병원 간호팀장)의 ‘시 낭독 콘서트’가 대구문학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9월 4일 열렸다.
대구문학관이 주최한 이번 콘서트는 박미란 시인과 함께 낭독의 공동체 참가자들이 시를 낭독하고, 관람객들과 의견을 나누며 교감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박미란 시인은 두 번째 시집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에 수록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시인으로서 그리고 간호사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 어떤 의도로 이번 시집을 구성했는가.
박미란 시인은 “두 번째 시집에서 추구하고자 한 것은 ‘말을 최대한 버리자’였다”며 “언어의 흰 뼈대만으로 시집을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를 썼다”고 말했다.
시집을 3부로 구성하고 각 부마다 소제목을 달아 의미를 부여했다. “1부는 이별이나 이별 후의 고통과 방황을 노래하는 시들로 구성했고, 2부에서는 가족이나 타자들과 관련된 삶의 장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3부는 자연을 관조하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 평소에 어떤 것을 관심 있게 관찰하는지.
박미란 시인은 “시는 대상에 대한 관찰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아침에 병원으로 출근하는 셔틀버스에서의 20여분이 너무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계절을 알려주는 가로수, 언제나 그 자리에 피어있는 꽃들 그리고 끊임없이 차창에 떨어지지만 와이퍼에 밀려가는 빗방울, 휘어진 허리로 리어커와 같이 한 몸이 되어 지나가는 할머니 등을 보게 된다고.
박미란 시인은 “관찰을 오래 하는 편이고, 눈을 감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면서 “보았던 장면은 휴대폰 앱에 적어두었다가 주말에 다듬고 만지고 퇴고하고 마음에 들 때까지 다듬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 간호사의 일과 시인의 활동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동산병원에서 35년 정도 근무한 박미란 간호사는 “시는 정신이고, 간호사는 몸이기에 이 두 가지는 절대로 떨어질 수 없다”며 “몸과 마음이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줘야만 가장 완전한 하나의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의 자리는 밝고 환한 것 보다는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쓸쓸하고, 그래서 한 번 더 나를 돌아보는 자리가 시의 자리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박미란 시인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많은 간호사들, 코로나19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대변해서 제가 시인으로 그리고 간호사로서 끝까지 잘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미란 시인은 계명대 간호대학과 동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첫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를 펴냈고, 2019년 두 번째 시집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를 내놓았다.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