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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 방숙자 글로벌 어린이재단 명예이사장을 애도하며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21-02-22 오전 10:10:55

*미국에서 활동한 한인간호사인 방숙자 글로벌 어린이재단 명예이사장이 2월 1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소천했습니다. 고인을 추모하며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재외한인간호사회 명예회장)이 보내온 글을 싣습니다.

고 방숙자 명예이사장님께 드립니다.

‘운명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하지요. 글로벌 어린이재단 방숙자 명예이사장님의 갑작스런 부음 소식을 듣고 생각난 구절입니다.

한국에서 방 이사장님은 가톨릭대에서 간호학을 가르치셨고, 저는 대한적십자사 간호사업국장의 직책을 맡아 실무를 챙겼습니다. 그렇게 저희 둘은 만났습니다. 대한간호협회 모임에서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68년 우리는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했지요. 태평양을 건너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텍사스 달라스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에서 취업 오퍼를 받아 함께 흰 가운을 입었습니다. 1년 남짓 근무하며 우리는 룸메이트로 지냈습니다. 반세기도 훨씬 지난 옛이야기지만 우리는 이렇게 ‘운명’으로 엮였습니다.

1년 후 텍사스를 떠난 방 이사장님은 뉴욕에서, 저는 LA 근교의 벨플라워 카이저 병원에서 각각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남들 같았으면 그것으로 인연이 끝났을 겁니다. 그런데 ‘운명’으로 엮여진 사이가 그렇게 쉽게 끊어질 수 있나요. 각기 서쪽 끝과 동쪽 끝에 살고 있었는데도 우리는 늘 소통하고 왕래하고… 마치 이웃해 살고 있는 친자매처럼 지냈습니다.

부음 소식이 들려오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안부를 묻고, 황혼에 접어든 삶에 욕심내지 말자고 서로 다독였는데….

젊었을 적 방 이사장님은 열정적이었습니다. 1970년 함께 텍사스 ‘달라스 간호협회’를 만들면서 제게 초대회장을 맡아달라고 주문했지요. 몇 번이나 고사했는데도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한 번 결심을 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이지요.

달라스간호협회는 이제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대돼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간호사들의 친목 도모는 물론 학술토론의 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방 이사장님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내기 쉽지 않았겠지요.

방 이사장님은 또 매우 정의로웠습니다. 불의와는 타협을 하지 않는 올곧은 성품이었지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몸담아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가녀린 여인의 몸에서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존경심이 절로 나옵니다.

1990년대 말 우리는 또 한 번 운명처럼 한 배를 타게 됩니다. ‘미주나라사랑어머니회’ 이름을 지금 고인이 되신 이선주 목사님이 만들어 주셨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방 이사장님이 총회장, 저는 서부회장, 손목자 선생은 사무총장을 맡아 어머니회를 전국기구로 키웠지요.

나라사랑어머니회는 모금운동을 펴 2만 달러를 모았고, IMF 위기에 처한 한국을 도왔습니다. 조국이 IMF를 극복하면서 나라사랑어머니회는 발전적 해체를 결정했지요. 글로벌 어린이재단(Global Children’s Fund)으로 개편돼 수혜대상을 한국의 어린이에서 전 세계의 불우 아동으로 넓혔습니다.

어린이재단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현재까지 모금액이 450만 달러가 넘습니다. 어린이 52만명에 도움을 줬지요. 이제는 회원이 6000명이 넘고, 전 세계 23곳에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방 이사장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60년이나 지속돼온 우리의 ‘운명’도 이제 시효를 다한 것 같습니다.

방 이사장님, 이제 평안히 눈을 감으셔도 됩니다. 굶주리는 아이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해 오신 이사장님의 열정은 이제 후배들이 이어받아 더욱 빛을 발할 겁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후배들을 지켜봐 주시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2021년 2월 5일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유분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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