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 밤근무를 마치고 벚꽃 아래 눈부신 아침을 맞은 이강용 간호사.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걸었다. “밥 잘 나와요∼ 걱정마세요!”
자신의 등 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리모컨으로 셔터를 눌렀다. 이렇게 탄생한 사진 옆에 “그럼에도 봄날은 오고 벚꽃은 핀다”라고 적었다.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7월 5일까지
생활 속 거리두기 지키면서 관람
“환자는 질병과 낯선 환경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 의료진은 답답한 보호구 속에서 매일 땀을 흘리지만 // 그럼에도 봄날은 오고 벚꽃은 핀다.”
코로나19 현장에 자원해 파견나간 간호사, 그가 가슴으로 느끼며 직접 렌즈에 담아낸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사진전으로 열리고 있다.
이강용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사진전이 ‘코로나 바이러스 최전방에 뛰어든 간호사가 본 시선’ 주제로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3관에 마련됐다. 사진전은 6월 26일 오픈했으며, 7월 5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전은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진행되고 있다. 관람객은 발열체크를 한 후 방명록을 적고,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성인응급실 근무
코로나 생활치료센터 자원해 다녀와
성인응급실에 근무하는 4년차 이강용 간호사는 문경 서울대병원인재원에 마련된 경북·대구3생활치료센터에 자원해 파견근무를 다녀왔다.
“지원자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했어요. 내가 꼭 해야겠다, 저절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생활치료센터에서 6주간 일했다. 센터 운영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 기간을 함께 했다. 코로나19 종식이라는 목표를 향해 의료진과 환자, 행정지원팀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쓰고 노력한 시간이었다.
“간절하게 소망하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일한다는 것이 가슴 벅차고 뭉클했습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아주 특별한 감정이었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허락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혼신을 다해 셔터를 눌렀다. 스스로 모델이 돼 자신의 등 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리모컨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밤근무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 벚꽃 아래 눈부신 아침을 맞은 그는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걸었다. “밥 잘 나와요∼ 걱정마세요!” 그의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이렇게 탄생한 사진 옆에 “그럼에도 봄날은 오고 벚꽃은 핀다”라고 적었다. 이강용 간호사가 최애하는 사진이다.
전시장 찾은 시민 “간호사, 고마워요”
이야기가 있는 사진전으로 꾸며
병원으로 복귀한 이강용 간호사는 코로나19 현장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를 준비했다. 전시장에는 대한간호협회가 주최한 ‘코로나19 현장 스토리 공모전’에서 사진부문 최우수상(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작품도 걸렸다.
그는 “간호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장의 헌신적인 모습들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면서 “한 컷 한 컷에 의미가 담긴, 이야기가 있는 사진전으로 꾸미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전 첫 날부터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시장을 찾은 한 시민은 “간호사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면서 이강용 간호사와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이 직접 전시장을 찾아가 이강용 간호사를 격려했다. 서울대병원 김연수 병원장과 이경이 간호본부장, 모교인 중앙대 조갑출 간호부총장도 다녀갔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찍는 간호사’로 활동
사진으로 간호사 인식 개선에 도움 되고 싶어
이강용 간호사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찍는 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진 촬영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고1 때부터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중앙대 재학 시절에는 사진동아리 ‘MOMENT’에 몸담았고, 사진전 팀장으로 활약했다. 간호사가 된 후 사진에 대한 매력에 더 깊이 빠졌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어 ‘사진찍는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했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은 정작 사진에는 나오지 않죠. 간호사는 환자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아요. 환자 뒤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사람이죠. 그런 간호사 뒤에서 셔터를 눌러주는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가 첫 개인전이기도 한 이강용 간호사는 “응급실에서 계속 일하면서 ‘사진찍는 간호사’ 활동도 이어나갈 것”이라면서 “간호사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알려서 간호사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나서는 길, 음압격리실을 담아낸 사진 옆 글귀가 계속 맴돈다.
“지금 이 마스크로 느껴지는 답답함이 // 지금 입은 방호복으로 인해 흐르는 땀이 //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을 살리는 손길과 숨결이 된다.”
정규숙·최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