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은 코로나19 '최중증 및 중증' 환자들의 입원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 벼랑 끝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곳의 위중함과 긴박감 앞에서 감염병이 주는 두려움은 후순위로 밀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고 사망자도 늘면서 대구지역의 중환자 치료 시스템에 위기경보가 들어왔다.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기 어려운 상태이거나 이송 도중 위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중증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상은 턱없이 부족했다.
중환자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경북대병원(병원장 정호영)이 나섰다. 상급종합병원이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음압) 운영기관인 경북대병원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중환자 입원치료를 위한 음압병상 확충을 위해 경북대병원은 전대미문의 결단을 내렸다. 기존 중환자실을 음압상태로 구현한 것은 물론 일반병동을 완전히 차단해 음압격리병실로 전환하는 선택을 했다.
지난 3월 25일 인터뷰한 송영미 간호부장은 “최중증 및 중증 환자들을 받아서 치료해야 하는 게 우리 병원의 역할이자 소명이라는 데 뜻이 모아졌다”면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음압병실을 만들기 위한 개조작업이 시작됐고, 과연 이게 가능하겠나 싶었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내과 및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이동식 음압기를 설치해 음압병실로 만들었고, 일반병동 하나를 완전히 차단해 음압병실로 개조했다. 그 결과 기존에 운영하던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포함해 중환자실 12개, 일반병동 34개, 응급실 5개 등 총 51개 음압병상을 확보했다.
#이는 숙련된 의료진, 중환자실 인프라, 경영진의 결단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중환자실 장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고, 중증환자를 간호할 수 있는 경력간호사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간호부에서는 음압병상 확충에 맞춰 간호사 배치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먼저 중환자실 간호사들을 그대로 투입했다. 환자들이 폐렴으로 산소치료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 인공호흡기나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 치료가 필요한 중증 상태이기 때문이다.
방호복을 입고 일해야 하고 환자 중증도가 높아 평소보다 3∼4배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경영진에서 일반병동 5개를 폐쇄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렸고, 폐쇄된 병동의 간호사들을 음압병실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폐쇄병동은 간호사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다.
송영미 간호부장은 “중환자실 경험이 풍부하고 숙련된 간호사들이 척척 손발을 맞춰서 받쳐주지 않으면 중증환자 음압병상을 원활하게 가동할 수 없다”면서 “간호사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방호복을 입고 중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점을 반영해 환자 1명 당 간호사 비율을 일반음압병실은 1명, 음압중환자실은 1명 이상으로 맞췄다. 최악의 위기가 전인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간호환경을 구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감염병의 역설이다.
중환자실 음압병상을 지키고 있는 20년차 베테랑 서주영 간호사는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좀 당황스러웠고, 초기엔 밥도 잘 못먹고 잠도 잘 못잤다”면서 “지금은 저도, 간호사들도 모두 잘 적응하고 있고, 해야 할 일 담담하게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 마치고 간호사들끼리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서로 응원해주고 그런다”면서 “특히 숙소에서 생활하는 간호사들이 외롭지 않도록 챙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음압병실에 투입된 24년차 베테랑 김행옥 간호사는 “환자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기본간호와 전문간호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양치와 배변 등 일상생활 지원까지 하고 있다”면서 “방호복 때문에 둔해진 움직임, 장갑 두 겹 끼고 정맥주사 놓기, 흘러내리는 땀, 이런 것들과의 싸움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진이 감염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면서 “매일매일 상황을 점검하면서 프로토콜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압병실 안에서는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는 일도 간호사 몫인데, 처음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어려움도 많았다. 시신 한 구를 수습하는 데 간호사 6명이 협업하며 1시간 정도 걸린다. 특히 여성의 힘으로 무거운 시신을 옮기는 일이 가장 버겁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장례지도사를 채용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중환자를 돌보지만 간호사들의 업무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진짜 간호'를 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인력이 충분하니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서로 도와줄 수 있다. 음압병실 근무에서 제외해달라는 간호사는 없다.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유준옥 간호지원과장은 “초기엔 전쟁 같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곧 체계가 잡혀졌고, 지금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밤근무가 힘들다며 사직서를 낸 간호사가 있었는데, 이번에 음압병실에서 간호하는 보람을 느꼈다며 사직을 취소하는 일도 생겼다”고 전했다.
송영미 간호부장은 “'내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나서 준 간호사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병원의 역사와 간호사의 저력이 위기에서 큰 힘으로 나타난 것 같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부서 직원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맡고 있는 배은희 수간호사는 “메르스 사태 이후 음압치료병상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이 이번에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음압병실과 스테이션, 완벽하게 차단된 위험구역과 클린구역. 한 뼘 정도의 벽과 유리창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코로나19가 만든 단절의 벽이 허물어질 그날이 곧 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다시 힘을 낸다. “우리의 이름은 간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