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김상희, 기동민, 윤종필 국회의원 주최
◇'국민건강권 보장' 국회 토론회 … 대한간호협회 주관
간호사 배치수준이 환자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정책토론회 및 특별간담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간호사 배치수준(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높이는 것이 바로 환자안전을 지키는 길임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가 많아질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연구결과로 확인됐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에서 모두 같은 결과를 보였다.
간호사 배치수준과 교육수준, 근무환경이 환자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를 통해 입증하고 근거를 제시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린다 에이큰(Linda H. Aiken) 펜실베이니아대 간호대학 교수와 제임스 뷰캔(James Buchan) 퀸 마가렛대 교수가 초청돼 특별강연을 했다.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한 간호의 질 향상 방안' 정책토론회가 '간호사 배치수준 강화방안을 중심으로'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6월 12일 열렸다. 이명수 국회의원, 김상희 국회의원, 기동민 국회의원, 윤종필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돼야
여야 국회의원 한목소리
이날 개회사를 한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간호사 배치수준을 강화하면 의료의 질이 향상되고, 이는 곧 환자안전이 보장되는 길”이라면서 “질 높은 충분한 간호사 확보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길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국회에서도 정책 추진을 위해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병원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받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에는 간호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면서 “제가 대표발의한 간호·조산법안이 국회에서 빠르게 심의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법적으로 보장하는 간호사 배치기준이 현행보다 높아져야 국민건강권, 환자안전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잘 새겨듣고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환자 간호가 간호사들의 가장 큰 목표”라며 “토론회를 통해 해외의 간호인력 관련 과학적 연구 및 다양한 정책적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입법활동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 활동간호사는 면허자의 50%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낮고, 간호사의 평균 재직연수는 6년 정도로 매우 짧다”면서 “신입간호사가 병원을 떠나지 않고, 간호사가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대한간호협회는 환자안전과 국민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 간호사를 안전한 수준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그 결과 간호관리료 차등제 기준이 병상 수에서 환자 수로 변경되고, 야간간호수당 신설, 야간전담간호사 수가 신설 등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신경림 회장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간호사 배치수준과 환자안전에 대한 선진사례를 경청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확보 및 간호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개발의 초석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간호협회는 회원 여러분들과 함께 법과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심재철 국회의원, 정갑윤 국회의원, 오제세 국회의원, 박순자 국회의원, 전혜숙 국회의원, 윤일규 국회의원, 송석준 국회의원, 최교일 국회의원, 김광수 국회의원, 조훈현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린다 에이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간호대학 및 사회학과 교수가 '간호가 환자결과에 미치는 영향(Impact of Nursing on Patient Outcomes)' 주제로 강연했다.
린다 에이큰 교수는 “세계 30개국의 간호현황 및 환자결과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도 연구 대상국 중 하나”라면서 “동일한 질환인데도 왜 같은 나라 안에서 병원마다 사망률에 차이가 나는지 궁금했고, 연구를 통해 간호사 배치수준의 차이가 그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9개국 300개 병원의 일반외과 수술 후 환자의 사망률을 연구한 결과 나라는 달라도 간호사 배치수준이 환자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가 적을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결과를 보여준 주목받는 연구였으며, 권위 있는 저널 란셋에 게재됨으로써 영향력 있는 연구로 인정받았고, 언론에 보도됐고, 정책입안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세계 30개국에서 연구 진행
간호사 배치수준이 사망률에 영향
연구결과 간호사 배치수준에 따른 퇴원환자 1000명 당 예상 사망률은 간호사 대 환자 수가 1 : 14인 경우 19.3명이었으나, 1 : 4가 되면 절반으로 줄어든 10.9명으로 나타났다.
린다 에이큰 교수는 “한국은 국제기준에 비해 간호사 배치수준이 열악하고 지역 간 차이도 크며, 특히 병원 간호사의 평균 연령이 낮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 간호사를 비교한 결과 평균 나이는 한국이 28.7세인 반면 미국은 46.7세였고, 평균 근무연수도 한국은 6.2년에 불과했지만 미국은 18.1년이었다. 이는 한국의 병원이 간호사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린다 에이큰 교수는 “간호사 배치수준은 환자의 사망률, 패혈증, 재입원, 재원기간, 중환자실 입원, 병원감염, 낙상, 욕창 등 여러 가지 환자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며 “적정한 간호사 배치는 환자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낮은 간호사 배치기준은 잦은 이직과 퇴직의 주요 원인이 되며, 부정적인 환자결과를 초래해 오히려 고비용이 소요되게 한다”면서 “좋은 간호사 배치수준은 합병증, 장기입원 등 부정적인 환자결과를 예방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린다 에이큰 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다양한 연구결과를 소개했으며, 연구결과는 검증된 과학적 근거이므로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호사 이직하면 병원 비용손실 커
신입간호사 교육에 초기 투자해야
제임스 뷰캔 영국 퀸 마가렛대 교수는 '간호사 배치 : 국제 비교 및 정책 권장사항' 주제강연을 통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활동간호사 수가 낮은 수준이며, 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간호사 배치수준 개선을 위해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국가 차원의 캠페인을 전개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특히 “간호사 인력관리의 핵심은 바로 신입간호사를 잘 교육시키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간호요구에 맞게 교육된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유지(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사 유지가 중요한 이유는 한 명이 이직한 후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소 몇 달치 월급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면서 “이직률이 높은 병원은 간호의 질이 떨어지고, 환자결과가 나빠지며, 남아 있는 간호사들의 환경이 열악해지고, 과도한 업무가 부여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뷰캔 교수는 “간호사들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병원을 떠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간호사의 장기근속은 간호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사 인력 정책, 계획, 규정, 관리는 일관성 있게 접근하고 조정해야 하며, 지속가능하고 비용효과적인 해결방안(솔루션)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이 어떤 솔루션을 선택하는가는 한국의 몫”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민들은 어느 지역에서든 동등하게 간호접근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시스템이 정착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그 사이에 정부가 바뀌더라도 계속 남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뷰캔 교수는 “정책입안자들에게 근거에 기반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간호 리더십을 통해 정부와 국민들을 설득하고 동참시켜야 한다”면서 “국회의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한데, 오늘 토론회에 한국의 여러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축사를 하는 것을 보니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을 '세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로 지정했다”면서 “한국은 올해 2019년을 한국 간호사의 해로 만들어 앞서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호사 배치수준 목표 세우고
국가 차원 캠페인 펼쳐야
배성희 이화여대 간호대학 교수는 '한국의 간호사 인력 문제점과 개선방안' 주제강연을 통해 “한국은 면허 간호사 대비 활동(임상)간호사 비율이 낮다”면서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유지(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3월 보건복지부에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했고, 2019년 2월 보건복지부에 간호정책TF가 설치됐으며,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2019년 4월 제정됐고, 현재 간호법안 및 간호·조산법안이 발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배성희 교수는 “우리나라의 간호사 인력문제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장기근속(인력 유지)이 안 되고 있는 문제”라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주요전략은 바로 간호사 배치수준이며, 시스템을 선순환 구조로 혁신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 의료단체, 간호협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자로 나온 박영우 병원간호사회장은 “간호사 배치수준이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간호사의 노동과 간호서비스 가치가 반영된 수가를 개발하고, 간호등급제를 개선해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사 인력기준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신입간호사가 간호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기간을 부여해야 하며, 교육전담간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간호사 배치수준이 높아지면 장기근속자가 늘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며 비용이 절감된다는 데 동감한다”면서 “병원 이외 분야에서 간호사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인력수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는 곧 환자안전이며, 장기근속자가 많아질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간호사 배치기준을 강화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 간호사의 이직률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철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간호사 배치수준이 낮다는 것은 단순히 불편한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것이 연구로 입증됐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국민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고 장기근속자가 너무 적은 것은 걱정스러운 문제이며, 간호사 처우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TF 팀장은 “환자나 보호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느껴졌다”면서 “간호사의 배치기준과 환자결과의 관련성에 대해 잘 인식하게 됐고, 앞으로 한국의 환경에 맞게 어떻게 개선방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종합적으로 접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규숙·주혜진·이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