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가 시상하는 '제6회 간호대상' 수상자로 일생을 소록도에서 헌신 봉사한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öger)와 마가렛 피사렉(Margaritha Pissarek) 간호사가 선정됐다.
간호대상은 간호사로 평생을 간호사업에 헌신함으로써 우리나라 간호사업 발전과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탁월한 업적을 쌓은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제6회 간호대상 시상식은 11월 1일 열린 `2018 간호정책 선포식'에서 진행됐다. 전남간호사회 장영숙 회장이 대리 수상했으며,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이 시상했다. 상패는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시상식에 앞서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의 삶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돼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은 “우리가 편견에 갇혀 소외시키고 외면했던 한센인들의 깊은 고통과 외로움을 간호한 두 분의 삶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면서 “간호사를 넘어 모든 국민들에게,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두 분의 고귀한 사랑과 간호정신을 알릴 수 있도록 우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네트 케네디 ICN 회장은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 위한 서명운동은 간호의 가치를 알리고 품격을 높이는 위대하고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아네트 케네디 회장은 이번 방한 중에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범국민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과 신성례 ICN 제3부회장이 함께 자리했다.
아네트 케네디 회장은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위한 서명운동에 ICN에서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40여년 소록도에서 자원봉사 … 한센인들 상처와 아픔 간호
◇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 한국이름 고지선, 백수선
푸른 눈의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84세, 한국이름 고지선)와 마가렛 피사렉(83세, 백수선)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간호학교를 졸업했다. 구호단체 다미안재단을 통해 마리안느는 1962년, 마가렛은 1966년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간호사로 파견됐다.
공식적인 파견기간이 끝난 뒤에도 소록도에 남아 40여년간 한센인들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며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삶을 살았다. 월급을 받지 않는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일했다.
20대에 소록도를 찾았던 두 간호사는 70대 노인이 되어 소록도를 떠났다. 제대로 일할 수 없어 오히려 부담을 줄까봐 조용히 떠난다는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2005년 11월 22일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마리안느는 대장암으로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며 완치됐다. 마가렛은 치매를 앓고 있는데, 소록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주 행복하고 좋았다”고 말한다고 한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간호사, 엄마, 소록도 할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지만 그 모든 부름은 사랑 그 자체였다. 국민훈장(모란장), 국민포장, 호암상 사회봉사상, 만해대상 실천부문 등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명예국민증을 수여받았으며, 명예 전남도민으로 선정됐다.
국립소록도병원은 2006년 두 사람이 생활했던 공간을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집'으로 명명했다. 이곳은 2016년 등록문화재 제660호로 지정됐다.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제작돼 2017년 4월 20일 개봉했다. 소록도 100주년을 맞아 전남 고흥군이 지원하고,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과 기린제작사가 제작했다.
◇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서명운동 참여하세요
대한간호협회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위한 서명운동을 적극 펼치면서 두 간호사의 간호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간호협회는 올해 4월 5일 전남 고흥군 및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과 함께 두 간호사 홍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간호협회 홈페이지(koreanurse.or.kr)를 통해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지지하는 서명을 받고 있으며, 영문 홈페이지에서는 7개 언어로 서명 사이트(mm.kna.or.kr)를 운영하고 있다.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올해 5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간호협의회(ICN) 각국간호협회(NNAs) 대표자 미팅에 참석해 마리안느와 마가렛 홍보 영상물을 상영하고, 홍보 리플릿을 배포했다. 홍보 영상물을 관람한 각국 간호협회 대표들은 적극적으로 서명에 참여하며 큰 호응을 보였다.
또한 간호협회는 중앙회 임직원 연수를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간호정신 배우기' 주제로 소록도에서 실시했다.
우선 신축 중인 `마리안느-마가렛 봉사학교'를 방문해 둘러봤다. 봉사학교는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2336번지에 위치했으며, 완공을 앞두고 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 강의실, 휴식공간 등이 들어선다. 봉사학교 인근에는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거주했던 집도 둘러봤다. 벽돌조 주택으로 한센인들이 겪었던 아픔을 함께 나눴던 희생과 봉사의 상징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660호로 지정됐다. 소록도 서쪽 치유의 길에 위치한 결핵병동으로 사용됐던 건물을 견학했으며, 이곳은 두 간호사가 한센인 결핵환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기금을 모아 마련했다.
김연준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이사장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섬기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했던 두 분의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참된 간호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사업은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는 사업이며, 간호사가 얼마나 존엄하고 위대한 직업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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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
소록도 그곳에서 우린 참 행복했습니다.
진짜 특별한 것 하나도 안 한다고 생각했어요.
환자들 돕고, 환자들 좋아하고,
우리 진짜 소록도에서 좋은 시간 보냈어요.
일생 동안 소록도에서 살았으니, 생각나요.
거기 사람들, 식구들, 환자들.
행복하게 살았어요. 아주 좋았어요.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항상 기도 안에서 만납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