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고통보다 포기할까봐 두려워
◇극한의 도전 이겨내니 낭만과 감동 남아
◇마라톤과 함께 소아암 환우 돕기 진행
◇간호사 마라토너여서 할 수 있는 일 보람
사하라의 뜨거운 모래사막 250km를 일주일간 달린 극한의 모험가에서 중환자실 간호사의 일상으로 돌아온 남자. 사하라사막마라톤에 도전해 무사히 완주에 성공한 김보준 간호사(27세·서울아산병원 외과계중환자실)를 만났다.
세계 4대 사막마라톤 중 하나인 사하라사막마라톤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지난 4월 30일∼5월 6일 열렸다. 50도를 육박하는 폭염 속에 매일 정해진 거리만큼 완주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마라톤은 소아암 환우 돕기 프로젝트로 진행돼 그 의미를 더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완주를 응원하며 김보준 간호사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 마라톤을 완주한 소감은.
“사하라사막에서의 일들이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진다. 정말 힘든 일이 많았는데, 모두 다 좋은 추억이 됐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과 밤하늘에서 쏟아지던 별들, 세계에서 모인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들과 함께 한 시간들, 모든 것이 낭만과 감동으로 남았다.”
■ 사막을 달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숨을 쉴 때마다 들이마시는 공기는 마치 한증막 같았다. 무박으로 이틀간 80km를 달리는 롱데이 구간은 진짜 힘들었다. 그날 참가자 중 15명이 탈락했다. 최소한의 음식·옷·침낭 등을 담은 15kg 배낭을 메고 달리는 강행군이어서 어깨뿐 아니라 무릎에도 통증이 왔다. 진통제를 먹고 달리기도 했다. 정제염과 비타민 등을 넣은 물을 반드시 충분히 마셔줘야 하는데, 생명수인줄 알면서도 사막의 열기로 뜨거워진 물을 삼키는 게 쉽지 않았다. 완주 후 체중이 3∼4kg 줄었다.”
■ 도중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는가.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은 근육통, 일주일간 씻지 못한 불쾌감, 배고픔 같은 육체적 고통보다 더 두려운 게 있었다. 바로 스스로 포기라는 단어를 내뱉는 것이다. 한국에서 응원해준 동료들과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소아암 환우들을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할 수 있다'를 외치며, 태양이 작열하는 야속한 사막을 달리고 또 달렸다.”
■ 마라톤을 완주한 후 주위의 반응은.
“모두들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고, 완주할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출발 전에 수간호사 선생님과 동료 간호사들, 모교인 호남대에서 응원해줘 큰 힘이 됐다. 대한간호협회장님도 뵐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마라톤 참가 소식을 병원 안팎으로 홍보하는 데 힘써주신 임채만 중환자실장님께 감사드린다.”
■ 사막마라톤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그동안 무인도 생존, 고공점프 등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 분야에 도전해왔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을 완주했고,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을 물통을 넣은 배낭을 메고 완주했다.”
■ 소아암 환우 돕기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마라톤과 함께 간호사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아암 환우를 돕기 위한 `사하라사막에 피는 꽃' 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감사의 뜻으로 후원자들의 명찰을 배낭에 붙이고 달렸다. 후원·기부형 크라우드펀딩 전문사이트를 통해 약 250만원을 모금했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약 290만원을 기부해줬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암 환우의 치료비 및 수술비로 사용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사막을 달리며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마다 `할 수 있다'고 외쳤고, 간절하게 믿었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었다. 성취감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런 자신감과 활력 덕분에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더욱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특별한 일에 계속 도전하면서, 세계 4대 사막마라톤을 모두 완주하고 싶다. 올해는 철인3종 경기에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