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언어장벽과 텃세로 어려움 겪어
◇ 의사 및 상사와의 수평적 관계 만족
◇ 간호사 복지 존중하는 병원 시스템
◇ 뛰어난 실무능력과 성실성 인정받아
◇ 전인간호 실천하면서 자긍심 가져
◇ 끊임없는 자기계발 통해 자리매김
미국 병원에 취업한 한인간호사들은 초기에는 언어장벽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뛰어난 임상술기능력과 경험을 토대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전문직 간호사로 뿌리내렸다.
이는 서금숙 가야대 간호학과 교수의 논문 ‘한인간호사의 미국 병원 내 임상실무경험’에서 밝혀졌다. 한국간호과학회가 발간하는 학회지 JKAN 2016년 4월호에 실렸다. Max van Manen의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았다.
연구에서는 뉴욕주와 뉴저지주 병원에서 전일제로 일하는 한인간호사들을 만나 심층 면담했다. 간호사들의 평균 나이는 40.3세(31∼49세), 미국에서의 임상경력은 평균 5.6년(1년 10개월∼10년)이었다.
연구결과 최종적으로 8가지 본질적 주제가 도출됐다.
△현지 구성원의 텃세로 마음 고생함 = 초기에는 동료들의 텃세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미국간호사들의 직업영역을 침범한 이방인으로 간주되어 경쟁상대로 인식됐고 텃세에 시달린 것이다. 병동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의 인물로 지목받는 불리한 입장이 되기도 했다. 한인간호사들은 불평등과 인간적인 차별을 감수하면서 동료들과 어우러지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관계성을 유지해야 했다.
△높은 언어장벽으로 당당하지 못함 = 미국 취업을 위해 영어 학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노력해왔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다양한 사투리를 듣고 환자 상태를 기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홀로 응급상황에 대처하게 될 때를 가장 우려했다. 숙련된 간호처치 실력으로 완벽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장벽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언어가 원활하지 않은 아시아 간호사라는 위축된 신체성을 경험했다.
△합리적인 수평적 인간관계를 받아들임 = 의사가 간호사의 의견을 존중하며 수용하는 방식이나, 상사가 아랫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며 격려해 주는 인간관계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의사나 상사와의 관계가 수평적인 관계임을 실감했다. 동료들의 개인주의적 사고와 태도에서 소외감과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긍정하고 수용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됐다.
△소송이 난무한 임상현장에서 늘 긴장함 = 환자에 대한 간호능력이 증진되면서 자신감을 갖는 한편 소송이 난무한 임상현장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고 미국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책임과 소송으로부터 자신의 면허를 지키고자 현실에 충실해야 했다. 업무를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업무규정을 지켜야 하고, 생존을 위한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는 것을 터득했다.
△인간존중의 사회제도에서 안정감을 느낌 = 환자 권리와 간호사 복지를 존중하는 병원 시스템에 안정감을 느끼고 만족했다. 65세 정년제도, 학습기회와 재원 보장, 건강을 존중하는 병가(sick call) 제도 등을 이점이라고 생각했다. 문제 발생 시 병원의 대처 방안과 의료진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전시스템 운영은 힘든 근무를 극복하게 하는 요인이 됐고, 의료진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해줬다.
△뛰어난 임상술기능력과 선배 한인간호사의 후광으로 자신감을 유지함 = 한국에서 배운 기초간호지식과 임상경험이 도움이 됐다. 특히 정맥주사를 숙련되게 놓을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실무에 임할 수 있었다. 신속하게 간호수행을 마치면 다른 동료들을 도와주는 여유로움과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자신들의 실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았을 때 고국의 간호교육제도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 선배 한인간호사들이 이미 좋은 평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자신들이 더 쉽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인식했다.
△진정한 전인간호를 실천함 = 소수 환자를 배정받아 간호하는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익숙해졌다. 이론으로 배워왔던 환자 중심의 전문적 간호를 수행할 수 있었다. 담당 의사들과 환자 치료와 관련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갖추고, 환자의 정서나 문화적인 면을 이해하고 고려하는 전인간호를 실천했다. 이는 인내하며 기다린 시간성을 통해 간호사로서의 역할이 확대되고 진정한 간호사로 거듭남을 의미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자기계발에 게을리 하지 않음 = 자긍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더 나은 간호사로서 자리매김을 위한 미래를 설계했다. 궂은 일이 있으면 동료를 도와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영화, 신문, 소설 등을 통해 생활 속에서의 의사소통을 섭렵하기 위해 노력했다. 언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면서 적극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계획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언어 습득, 문화 이해, 임상실무기술, 적극적 태도 등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을 통해 미국에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