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N과의 만남, 내 인생을 바꾸다 ⑤ 세상에 대한 안목 넓힐 수 있는 값진 경험
간호 리더십과 영향력에 대해 고민해본 시간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4-10-21 오후 14:59:38

◇최지은 간호사(서울대병원)
11년 전의 일이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일본 오사카중학교와 친교를 맺었다. 학교에서는 방학기간 동안 학생들이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여행을 다니며 오사카중학교를 방문해 일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 관심이 있어 신청한 100여명의 학생들이 일본에 갔었는데, 거기에 나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그 여행이 나에게는 외국으로 나간 첫 경험이었다. 비록 3박4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문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의 문화를 보고, 일본인들과 접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가 계기였다. 2000년 초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막 발달하기 시작했던 때라 나는 외국의 노래를 즐겨 듣고 국제 펜팔 사이트를 찾아 비슷한 나이의 외국인 아이들과 이메일로 펜팔을 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엔 학교에서 마련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해 외국의 간호학생들을 만나곤 했다. 그리고 동아리에서 만난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함께 서울 시내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2011년 대한간호협회 간호학생 대표로 선발돼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몰타에서 개최된 ICN 세계간호학생대회에 참석하게 됐다. 대한간호협회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 양성의 일환으로 공모를 통해 간호학생들을 선발해 참가비를 지원한 것이다. 세계간호학생대회는 ICN 학술대회에 앞서 열린다.
몰타 ICN 학술대회는 옛날 중세시대에 병원으로 쓰였던 그러나 지금은 세미나 또는 회의장 등으로 쓰이는 건물에서 개최됐다. 조상이 물려준 문화재의 가치를 알고 그대로 보존하며 활용하는 유럽인들의 지혜에 감탄하며 5대양 6대륙에서 온 세계 여러 나라의 간호사들과 간호학생들을 만났다.
학술대회 주제는 `Nurses Driving Access, Quality and Health'였다. 보건의료서비스의 접근성, 삶의 질과 건강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간호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세계적으로 사회의 구조가 바뀌고 있고, 미래를 위한 전망과 청사진도 변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미래의 보건의료시스템을 새로이 디자인하려고 한다. 따라서 간호와 간호사들은 세상의 끊임없는 변화가 던지는 도전과 기회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간호사들에게 보건의료정책 그리고 환자와 시민들을 위한 케어와 웰빙을 변화시킬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것이었다.
리더십은 사람의 특성에 따라 형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이지만, 통상적으로 쓰이는 뜻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간호사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역량을 개발해 임상뿐만이 아니라 정치계, 법조계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간호와 인간의 건강을 위해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던 학술대회였다.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 사람이 있다. 금발에 녹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이탈리아 간호사였는데, 한복을 입은 우리에게 다가와서 대여섯살 정도로 보이는 자신의 어린 딸과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나는 같이 사진을 찍어주며 속으로는 흠칫 놀랐다. 이 어머니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려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1년이 지난 후, 직장인의 모습이 되어 올해 6월에 오프를 받아 다시 오사카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문화재와 마을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도 많았고, 바뀐 모습으로 발전한 부분도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어린 날 이웃나라의 또래 학생들과 만나고 외국 문물을 접하게 해 세상에 대한 시야를 일찍이 트이게 해준 중학교 교장선생님과 부모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이제 2015년 국제간호협의회 대표자회의 및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우리나라의 간호학생들과 간호사들이 이 같은 국제행사에 어려움 없이 참가할 수 있도록 서울에 유치하기까지 수고해 주신 대한간호협회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많은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이 참가해 의미 있는 경험을 나누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