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N과의 만남, 내 인생을 바꾸다 ② 간호사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가슴 뛰다
함께 소통하고 즐기며 `간호는 멋진 학문' 확인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4-09-30 오전 11:20:31

◇ 염영희 교수(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1997년 캐나다에서 개최된 ICN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이후 덴마크,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여러 번의 ICN 참가를 통해 느꼈던 점을 3가지로 정리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첫째, 새로운 세계에 눈뜨다.
ICN 학술대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간호사들을 만날 수 있다. 국가, 인종, 이념 등을 초월해 간호 이슈에 대해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도 많지만, 그 열기만은 너무 뜨겁다.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가 막 뿜어져 나오는 그런 장면이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들뜬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도 만나고, 나를 가르치신 교수님도 만나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소식이 뜸했던 타 대학 교수들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직접 가르쳤던 나의 학생들도 만난다. 그 때의 반가움은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학술대회가 끝나면 ICN에서 만난 외국 학자들과 이메일로 자주 연락하곤 한다.
학술대회 때 다루는 이슈는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준다. 실제로 한국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 느낀 뜨거운 감동은 내가 외국 유학의 꿈을 꾸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ICN 학술대회 참가를 통해 간호학이 얼마나 멋진 학문인지 확인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미지의 세계와 미지의 사람들과의 만남 그 자체가 아직도 나의 심장을 뛰게 한다.
둘째, 단체 여행을 통해 삶을 배운다.
ICN 학술대회에 참가할 때는 여행도 함께 즐긴다. 공항에 나가기 전까지 학교와 가정 일로 인해 항상 바쁘고 시간이 부족했다. 논문 구두발표가 있을 때는 비행기 안에서 발표 자료를 검토하기도 한다. 몸은 이미 지쳐서 학술대회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도 힘든 상태이지만, 일단 학술대회가 열리면 에너지가 점점 솟아난다.
지금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여행을 떠올려본다. 캐나다의 식물원에서 본 수없이 아름다운 꽃과 나무, 역사와 지리시간에 배웠던 북유럽 국가들의 다양한 모습, 백야, 덴마크의 인어공주상, 핀란드의 피오르드 해안, 아프리카의 하늘과 땅, 호주의 캥거루 등. 지금도 모든 것이 새롭다.
밤에는 룸메이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되고, 함께 얼굴에 마스크 팩을 하면서 잠자리에 들곤 했다. 단체로 일주일 정도를 지내다 보면 함께 정이 들어 한국에 와서 서로 연락을 하게 된다. 특히 호텔에서 한 방을 사용한 룸메이트와는 정이 더 든다.
물론 좋은 경험만 한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방이 도착하지 않아 이틀 동안 옷을 갈아입지 못했고, 운동화가 젖어 밤마다 헤어드라이어로 말렸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힘들었던 일들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여행을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와 사람들을 만나 즐거웠으며 인생 그 자체를 배웠다.
셋째, 외국어로 소통한다.
1997년 캐나다 학술대회에서는 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한 아이오와대 간호대학 간호중재분류팀과 함께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청중들을 보며 나는 위압감을 느꼈다. 내가 준비한 발표를 무사히 끝냈을 때의 그 안도감과 성취감을 지금도 기억한다.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의 눈빛과 열정을 그 날 나는 느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다음에도 ICN 학술대회에 꼭 참가하겠다고.
당시 나는 나만 영어가 서투르다고 생각해 거의 외우다시피 발표를 준비했다. 그러나 우리 팀에 있는 스위스에서 온 발표자나 질문하는 청중도 그렇게 영어를 잘 구사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단지 영어라는 언어를 사용해 서로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13년 호주에서는 대한간호협회 홍보부스를 보게 돼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이제 2015년 서울에서 ICN 학술대회가 열린다. 당연히 나는 참가할 것이다. 한국의 많은 간호사들과 간호학생들이 참가해 열띤 학술대회를 경험하고, 열정적인 세계의 간호사들을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