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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의 사투 최전선 간호일기 - 메르스 선별진료소를 지키다
윤영숙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주임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5-08-27 오전 08:48:06


부산에 메르스 확진자 발생
이제 진짜 전쟁이구나 각오

의심환자 위한 선별진료소 운영
조기발견 놓칠까 막중한 책임감


지난 5월의 마지막 주, 생소한 신종 전염병에 대한 뉴스를 들었다. 그 이름은 메르스란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귓등으로 흘려들은 뉴스가 우리 삶을 바꿔 놓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때였다.

6월의 첫 주말, 뉴스 속보를 보며 심장이 쿵하고 멈추는 것 같았다. 부산의 첫 확진자 소식이었다. 이제 내 발 앞까지 왔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역주민들은 각종 SNS와 인터넷에 매달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접촉되거나 노출되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며 서로 검증되지 않는 정보를 공유, 재공유했다. 내가 근무하는 외래에서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일회용 소독장갑과 마스크까지 쓰고 완전무장한 환자와 보호자들을 마주치게 됐다.

갑갑한 마스크에 갇힌 내 숨결로 안경에 김이 서린 채 막내 신입간호사에게 말했다. “메르스가 여기까지 와버렸네.” 마음 속 불안감을 애써 감추며 태연한 척 웃었다. 또 한 주가 흘러 평온한 듯 보이는 주말, 해운대 지척에 있는 병원에서 두 번째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단다. 이젠 정말 전쟁이다.

해운대백병원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외래에 근무하면서 연차가 높고 경험이 풍부한 나와 나의 동료들이 외래 선별진료소로 나가게 됐다. 선별진료소 당직 스케줄을 긴급문자로 받고서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냈다.

나는 전염병을 관리하는 임상간호사로서 전투태세를 마쳤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당분간 접촉을 피하자고 당부했다. 초등학생 아들에게는 엄마가 감기에 걸려서 당분간 뽀뽀 못한다고 둘러댔다.

갑갑한 마스크, 온 몸을 휘감은 보호구와 장갑…. 선별진료소는 메르스와 유사한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을 분류하고, 역학적 연관이 있는 환자들의 메르스 발병여부를 조기에 선별해야 하는 곳이다.

혹시나 내가 놓치는 환자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중압감과 책임감으로 엄청난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첫 날 격리외래로 보낸 사람만 모두 5명으로, 확진자와 같은 병원 또는 장소에 있었던 환자들 중 의미 있는 증상이 있는 경우였다. 다행히 모두가 음성으로 판정돼 귀가 조치됐다.

선별진료소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개인위생지침, 격리요건, 검사요건 등을 설명하면서 그분들의 불안감을 하나씩 하나씩 덜어드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막연한 공포감은 없어졌고, 메르스라는 녀석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성숙한 시민의식, 의료인의 사명감, 협력과 조직력을 앞세운 병원과 정부가 있기에 우리는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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