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사투 최전선 간호일기 - 나는 메르스 환자 179호
김순남 강릉의료원 간호과장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5-08-27 오전 08:44:05

메르스 중환자 이송 후 감염 확진돼 입원치료
선후배 간호사 응원에 감사
`환자 최우선' 생각 변함없어
나는 메르스 179호, 강원도 5호, 도내 첫 의료진 감염환자이다.
강릉의료원은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음압격리 병상이 설치돼 있었고, 5월 31일 메르스 의심환자를 받게 됐다. 소식은 얼마나 빠르고 민감했던지 병원을 지나갈 때는 고개를 돌리고 숨도 쉬지 않을 정도로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6월 12일. 132호 메르스 확진환자는 너무나 중환자였다. 내가 나서서 이송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을 잃겠다는 생각만으로 개인보호구를 입고 환자와 함께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며 서울 보라매병원으로 이송했다.
6월 23일. 뉴스에서나 접하던 일이 일어났다. 내가 메르스 환자가 된 그날은 공교롭게도 남편 생일이었다. 메르스 환자가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고,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곧 나와 접촉했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스쳐지나가며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병원에서 4일 동안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악화돼 이동형 음압기가 설치된 강원대병원 격리병실로 이송됐다. 체력은 바닥났고 정신력으로도 버티기가 힘들었다. 나는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는 와상환자가 됐다. “이러다 죽겠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 폐렴까지 생겨 매일 X-ray와 혈액검사를 하며 의료진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동형 음압기가 돌아가는 소음에 거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인공호흡기까지 생각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냄새 맡는 것도 역겨워 영양제 주사로 거의 10일을 버텨내다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헌신적으로 보살펴준 간호사들과 감염내과 오원섭 교수님를 비롯한 의료진 여러분 덕분에 몸을 추스르게 됐다. 특히 내가 이송시킨 132호 환자가 완치됐다는 소식을 들으며 보람을 느꼈고 기뻤다.
시부모님과 친정어머니는 내가 메르스 환자인 것을 몰랐다. 다른 환자를 돌보느라 집에 못 오는 것으로 아시고 안타까워했다.
메르스 환자가 되면서, 나도 피해자인데 마치 죄인이 된 듯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격려전화와 문자로 용기를 준 많은 간호계 선후배와 동료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병원 앞에 붙은 “간호사님 당신은 영웅입니다.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는 현수막 사진을 보며 용기가 났다.
그리고 7월 9일, 드디어 퇴원했다.
이번 메르스와의 전쟁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강릉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한 축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나는 간호사'라는 생각으로 환자를 최우선 돌보는 데 앞장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