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 - 나에게 다시 묻는다
정은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4-12-16 오후 13:06:56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한 구절이다.
서울시간호사회 산하 관악구간호사회에서 진행한 ‘나는 프로다’ 특강을 듣고 이 시가 떠올랐다. 한 번쯤 활활 타오르고 싶은 반쯤 깨진 연탄이 지금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강 서두에 ‘여러분은 프로입니까?’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나는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8년 동안 발을 디뎠던 직장이 6곳이다. 첫 직장인 종합병원에서는 사람에게 실망하고 나에게 실망하면서 3개월 만에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에는 내가 다시 간호사를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일은 간호사라는 직업이었고, 나는 현실의 한계 앞에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를 포기하고 나가면 간호사다운 일은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마음을 다잡으며 노력했음에도 불행하다는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끝내는 일이 재미있냐는 물음에 일이니까 참고 한다고 답하기에 이르렀다.
겉으로는 나아가고 발전하고 싶다고 할지언정 실제로는 한계를 만들고, 피하고, 포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열정을 사전에 차단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강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천리안이라는 그림을 보여줬다. 화가가 평범하고 자그마한 알을 보면서 비상하는 새를 그리고 있는 그림이었다. 이대로 가면 내 그림은 계란프라이 정도가 될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계란프라이가 내 미래라니! 내 알의 성장이 이대로 끝나게 둘 수는 없다. 한 번쯤 넓고 푸른 하늘을 비상하는 크고 아름다운 매가 되고 싶다. 이미 반쯤은 깨어져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남은 반쪽은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하고 싶다.
다음번에 누군가 다시 물어본다면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싶다.
“나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허리역할을 하는 경력간호사입니다. 사람의 마음까지 돌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과 감성을 가졌으며, 많은 간호지식을 습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해 나갈 것이 분명합니다. 나는 프로 간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