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 - 방문간호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 현 정 서울종합간호요양센터 간호팀장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06-25 오후 13:40:35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장기요양시설에서 방문간호서비스를 해온 지 4년 째다.
이전에 10년간 종합병원 등의 중환자실에서 근무를 할 때는 늘 찾아오는 오는 환자를 돌보는 입장이었다. 방문간호사가 되어 막상 환자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려니 처음엔 얼마나 어려웠던지.
힘들게 찾아가서도 긴 투병으로 예민해지고 지쳐있는 어르신과 보호자를 대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진실된 마음으로 성실하게 일 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거야'라며 마음을 다잡고 진심을 다해 노력했다.
온 몸에 강직이 심했던 어르신이 계셨다. 관절운동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집이 너무 세서 자녀들이 조금만 건드려도 화를 내 손도 댈 수 없었던 분이다.
오랜 지병과 어르신과의 갈등으로 보호자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나는 먼저 진물과 각질로 덮여있던 어르신의 온 몸을 따뜻한 물수건으로 정성을 다해 닦아드리고, 그 분의 역정에도 그저 웃으며 운동을 권유했다.
어느덧 나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어르신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아프고 힘들다며 거부하던 관절운동을 방문간호사인 나와 함께 할 때는 참으며 열심히 하셨다.
마음의 문이 열린 것처럼 어르신의 건강에도 좋은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관절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뼈가 보일 정도로 심했던 욕창 부위에 살이 차오르며 호전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잘해줘서 고맙다”며 내 손을 꼭 잡고 바라보는 어르신을 보며 마음이 찡해졌다.
“저는 건들지도 못하게 하시면서 간호사님 말씀은 잘 듣네요”라고 말하던 아들의 목소리에서는 고마움이 묻어났다.
처음에는 친구의 권유로 잠시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방문간호사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더 자주 오길 바라는 어르신들이 계시고, 힘들고 지쳐 예민했던 보호자들이 시름을 덜고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아마도 방문간호사가 평생 나의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