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 - 선생님이 우리 엄마 같아요
백성숙 춘천 동부초 수석교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2-08-28 오후 13:24:58

“선생님, 배가 아파요.” “선생님, 손을 다쳤어요.”
아침부터 보건실은 북새통이다. 이 곳 저 곳이 아프다며 보건교사의 손길을 찾아온 아이들이 수업 시작과 함께 교실로 돌아간다. 평화도 잠깐, 이번에는 훈련을 마친 축구부가 단체로 보건실 문을 두드린다.
보건교사의 하루는 정말이지 분주하다. 보건실 문 앞에 늘어선 아이들과 쏟아지는 공문, 보건교육, 성교육, 비만 관리, 감염병 예방과 흡연 예방활동까지.
나는 지난 3월 수석교사로 승진했다. 수석교사제도는 수업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우대받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정식 도입됐다. 심사를 거쳐 보건교사 2명이 수석교사로 임명됐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중한 업무로 인해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과의 많은 기억과 보람이 고된 업무를 잊게 해준 것 같다.
한 아이가 떠오른다. 입학식 날부터 친구와 싸워 보건실을 방문하더니,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과 다투던 학생이었다. 알고 보니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고, 그런 속사정을 알게 되자 그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안쓰러운 마음에 조금 더 배려해주고, 조금 더 마음으로 안아주었을 뿐인데, 1학년이 끝날 쯤엔 싸움도 줄고 성적도 많이 올랐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우리 엄마 같아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다양해지고 보건교사의 역할도 늘어나고 있다. 보건실을 찾는 학생들 중에는 몸보다는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많다.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자라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받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달라며 보건교사의 손길을 찾아 보건실 문을 두드린다. 그 중에는 학교 부적응아나 학교폭력 가해자 또는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늘어난 업무량에 떠밀려 정작 마음과 몸이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늘도 “선생님, 저 몸도 마음도 아파요. 도와주세요”라고 온 몸으로 말하며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다. 보건교사들이 이 아이들의 손을 좀 더 오랜 시간 잡아 줄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