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너싱-동티모르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다
정선아/ 고대 안암병원 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2-03-27 오후 12:58:34

동티모르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봉사활동은 지난해 고대 안암병원 개원 70주년을 기념하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메디컬 원아시아(Medical One Asia : Korea, Bridging the Medical Divide in Asia)' 슬로건 아래 진행됐다.
의사, 간호사, 약사, 행정지원 등 13명의 의료봉사단원이 참여했으며, 1300여명의 환자들을 진료했다.
진료를 시작한 곳은 동티모르 딜리의 모타일 성당 부속 클리닉이었다. 변변한 진료실도 수술실도 없는 곳이었다. 동티모르에 도착한 첫날, 나와 봉사단원들은 성당 안에 진료실과 수술실, 약국을 만들고 약품을 정리했다. 성공적인 의료봉사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회의를 거듭했다.
워낙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병원에 갈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의료봉사 소식은 딜리 시내에 순식간에 퍼졌다. 그래서인지 첫날부터 진료 시작 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Bon Dia(좋은 아침입니다)”
나는 짧게 배운 동티모르어로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하며 진료를 시작했다.
오전에만 백 명이 넘는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수질이 좋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통을 호소했다. 석회질이 많이 함유된 지하수를 식수로 쓰기 때문에 요로결석과 같은 신장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들도 많았다.
상처를 제대로 소독하고 치료하지 못해 곪아버린 환자들이 많았다. 9살 난 여자아이는 개에 물린 상처를 소독하지 않고 죽은 조직 그대로 봉합해버리는 바람에 피부색까지 변해있었다. 치료를 하는 내내 굵은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의료봉사 기간 동안 매일 300여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진료했다. “moras(아파요)?” “la moras(안 아파요)?”라는 현지어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등 의사소통이 조금씩 수월해졌다.
우리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추후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나는 밤마다 피로와 사투를 벌여야 했지만, 동티모르 주민들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힘을 내곤 했다.
주민들과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9일 간의 봉사를 끝내고 귀국하는 비행기에 오른 나는 동쪽의 떠오르는 태양, 동티모르를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하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