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병원에서 배우기
고객 중심의 호스피스병동 인상 깊어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5-21 오전 10:10:58

가톨릭대 성모병원 스킬 멘토십 과정의 일환으로 대만자제종합병원(Buddist Tzu chi general hospital)에서 올해 1월 24~27일 연수를 받았다. 이곳은 대만 최고의 고승 중 한 명인 증엄스님(Master Cheng-Yen)이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비구니와 주부들과 함께 자제공덕회를 만들어 1986년 8월 화련에 세운 병원이 모태가 됐다. 현재 세계 60여 개국 500만명의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고 있는 자제공덕회는 불교구호단체로 인류애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활발히 봉사하고 있다.
자제공덕회는 대만에 6개 종합병원을 산하병원으로 갖추고 있는데 화련, 타이베이, 옥리, 대련 병원 등이다. 대만자제종합병원 산하병원들은 `낯선 이에게도 자심(慈心)을 모든 이에게 비심(悲心)을'이라는 구호를 바탕으로 의료의 보편화를 위해 산간도서 지역에 이르기까지 무상의료를 보급하고 있다.
필자는 화련병원과 타이베이병원에서 연수를 받았다. 병원에 들어서면서부터 불교적인 색채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병원 로비의 작은 무대 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부드러운 음악 선율에는 환자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배려가 담겨 있다. 병원 층층마다 기도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다. 불교병원이라고 해서 불교기도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종교의 선택은 환자의 자유이고, 종교를 통해 환자들은 정신적 영적 안정을 얻고 위로받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자제종합병원 산하병원의 호스피스병동들은 병동 안에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 등을 따로 두고 있다. 병동 한 쪽의 문을 열고 나가면 호스피스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단독 실외정원이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과 가족들이 함께 지내면서 기도할 수 있는 `왕생실'이라는 장소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임종 후에도 가족들이 원하는 만큼 임종한 분을 모시고 충분히 기도하고 떠나보낼 수 있다.
우리나라 병원과 전체적인 규모나 의료기술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사뭇 다른 듯 했다. 특히 환자가 한 인간으로 누려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영적인 안정과 휴식을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 환자 중심으로 모든 공간을 배려해 운영하는 점이 감명 깊었다.
또한 세계적인 구호단체 산하병원인 만큼 병원 구성원들 대부분이 국제적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언어에서 뛰어났는데, 화련병원 간호부는 매월 영문저널을 발행하는 수준이었다. 저널 발간작업에는 자원봉사자들도 참여해 돕고 있다. 저널에는 간호사례 등이 소개된다.
인간에 대한 사랑, 생명존중에 대한 이념과 가치를 몸으로 직접 실천하고, 국제적 역량을 갖추며 활발히 활동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가슴 깊이 남았다. 또한 종교기관 병원으로서 기부금과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이 큰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웠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권진희 간호사(가톨릭대 성모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