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사랑, 손으로 말해요”
청각장애인 환자 위해 수화 배워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5-21 오전 09:53:08

`이 손가락이 내 손가락 맞아?'
어설픈 손가락 놀림에 속으로 당황해 하며 강사의 빠른 손놀림을 따라해 보건만 왜 이리도 어려운지….
가톨릭대 성가병원 외래간호사 50여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근무가 끝난 뒤 수화를 배웠다. 다른 간호사들이 수화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책장을 넘기며, 꼼꼼히 내 손가락과 비교해 가면서 열심히 했다.
수화는 정말 어려웠다. 말 대신 손으로 표현해 의사소통을 해야 되니 그러하지 않겠는가. 낯선 지숫자, 지문자들과 씨름해가며 열심히 따라해 보지만 처음에는 서로의 어설픈 모습에 웃음을 쏟아냈다.
한창 무르익을 때쯤이면 어느새 수업이 끝나고 다음 주를 기약해야 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잘 구부러지지 않는 네 번째 손가락을 허벅지에 대고 지그시 누르는데 지난 일이 떠올랐다.
외과외래로 부서를 이동한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었다. 유난히도 환자가 많았던 어느 월요일, 예약증만 남겨두고 간 환자가 있었다. 호명을 하며 진료대기 순서를 알려드리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잠깐 어디 가셨나'란 생각에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난 표정의 한 남자분이 나를 붙잡고 알 수 없는 음성으로 소리를 쳤다. 그 옆에 한 여자 환자분이 가만히 서 계셨다.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르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볼펜과 종이를 드렸다.
`아! 그 예약증을 내고 기다리셨던 분이 청각장애인이었구나. 그래서 대답이 없었구나.'
유방암 수술 후 정기적으로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와 그 남편 모두 청각장애인이었다. 미리 알아서 배려하지 못한 점이 너무 미안했다. 간신히 보호자를 진정시키고 환자가 진료를 받도록 했는데, 진료 후 절차를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결국 진료영수증에 약과 다녀가야 할 곳을 커다랗게 써가며 설명했다.
`정말 답답하구나! 조금이라도 수화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처럼 내가 수화를 배우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6개월 동안 수화를 배우고, 시험을 거쳐 수료증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그 분들을 내내 기다렸다. 드디어 진료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 분들에게 다가가 서툴게 수화로 먼저 인사를 드렸다. 수줍어하면서도 매우 좋아하는 환자와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최고'라고 표현해 주신 보호자를 대하면서 나는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몸으로 표현하는 사랑의 기쁨이 내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다.
문정란(가대 성가병원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