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의료대장정 : 터키를 다녀와서
강정희 부산백병원 수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08-22 오전 10:11:58
인제대 부산백병원 최장석 병원장을 비롯한 20명의 원정대가 `2007 고구려의료대장정'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해 6월 26일~7월 7일 터키에 다녀왔다.
이번 봉사활동은 그린닥터스와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했으며, 인제대 부산백병원 부산대병원 동아대의료원 등 부산지역 병원과 서울시의사회 부산시의사회 등이 참여했다. 중국, 몽골, 터키, 아프리
카 등에서 6~8월에 실시됐다.
터키는 몽골을 근거지로 한 돌궐의 후예로 기마민족의 문화를 받아들인 고구려와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3 4위전에서 형제의 나라라며 아름다운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비행기로 11시간을 이동해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공항에 닿았다. 이스탄불 시내를 지나 도착한 곳은 한국전 참전용사(일명 코레가지씨) 지부였다.
회관에는 벌써 수십 명의 참전용사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 일행이 들어서자 가슴 속에서 손수건에 곱게 싼 빛바랜 흑백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한국 어디서 왔느냐'며 유창한 한국말을 건네 모두를 놀라게 했다.
우리는 좁은 실내공간을 치과, 내과, 외과, 정형외과로 나눠 진료를 시작했다. 정형외과는 진찰대로 사용할 응접용 소파, 내과는 청진기 하나와 탁자가 진료를 위한 준비 전부였다. 간호팀은 외과에 배치됐다.
약품정리도 미처 못했는데 사람들이 처방전을 받아들고 몰려들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70~80세 노인이 대부분인지라 우리나라 시골의 노인들처럼 어깨 결림이나 다리의 관절통 등을 주로 호소했다. 진료는 시종일관 잔칫집 같이 들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150여명의 어르신들이 다녀갔다.
문화의 차이로 인한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았다. 터키에서는 파스를 사용하지 않는데, 파스를 처방받은 한 남자가 발바닥에 붙여도 되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해 폭소를 자아냈다. 파스 적응증과 사용법을 가르쳐주니 잔뜩 겁먹었던 표정은 금세 사라지고 신기해했다.
터키는 마치 고향집을 찾은 것 같은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나라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환대 속에 며칠을 지내는 동안 봉사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섬김을 받으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힘든 시절 한국을 도왔던 사람들에게 다시 도움을 베풀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해 의료진들에게 큰 힘이 돼준 청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진료는 의료진이 하지만 청년들이 짐 꾸리기, 이동, 접수, 환자대기, 정리 등을 척척 해내지 않았다면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다. 병원에서는 정리되고 준비된 상황에서 일을 하지만 밖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기 일쑤인데, 돌방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을 발휘하며 열심히 일한 전 봉사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의료봉사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사정에 대한 사전정보를 충분히 파악해 상대가 필요로 하고, 현지상황에 적합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강정희 부산백병원 수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