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 간호대학에서 배운 것들
교수들 연구활동 체계적 지원 인상적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7-04-18 오전 09:16:37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 간호대학에서 방문교수로 2005년 한 해 동안 지냈다.
여름의 시애틀은 매우 화창하지만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거의 매일 비가 온다. 비 오는 날, 사람들은 커피를 손에 들고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눈다. 스타벅스 커피가 시애틀 해변의 한 작은 가게로부터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지 알 것 같았다. 열심히 책을 읽고, 공상을 하고, 연구를 하다 보니 세계적인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탄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연수기간동안 한 일은 강의 및 세미나 참석, 국제학술지 논문 작성, 국제공동연구프로젝트 개발, 병원 및 기관 견학, 봉사활동 등이다. 나의 advisor는 저명한 간호학자이며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마가렛 헤이트캠퍼 박사였다.
◇강의준비 철저하고 완벽 =워싱턴대는 3개월씩 1년 3학기로 운영되는데, 한 학기에 3과목(9학점) 정도의 대학원 강의를 청강했다. 교수들의 강의준비는 매우 철저하고 완벽했다. 각 강좌마다 홈페이지가 있고 상세한 강의계획서와 참고문헌, 읽어야 할 자료를 올려놓았다. 세미나와 콜로키움에 초빙된 미국 전역의 저명한 연자들로부터 최신 연구동향을 직접 듣고 배웠다.
◇연구 통계 컨설턴트 활용 =미국에서는 연구자료 수집이 무척 어렵고 연수기간이 짧아 자료수집부터 시작하면 논문을 쓰기가 어려우므로, 한국에서 자료를 준비해 가거나 영어로 논문의 윤곽을 잡아가는 것이 좋다. 나의 논문주제에 흥미를 보인 사람들과 함께 2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연구소에는 통계와 연구에 대해 자문해 주는 전문 컨설턴트가 상주하고 있어 미리 약속만 정해두면 마음껏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인들의 철저한 논문 작성과 국제 학술지 게재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국제공동연구 적극 도전해야 =워싱턴대 간호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프로젝트 수는 333개로 놀라운 규모였다. 이렇게 엄청난 수와 규모의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서 어디에서도 `대충'이란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철두철미했다. 예를 들어 교수가 연구를 시작하면 미국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의 정책에 따라 위원회(Data and Safety Monitoring Boards)에 등록하게 되고, 위원회에서는 이 연구가 과연 윤리적인지, 연구과정이 올바른 절차로 진행되는지 전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등록하지 않은 연구는 논문으로 발표할 수 없다.
나는 워싱턴대 교수와 함께 NIH에 연구비를 신청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그동안 백인들에게 집중된 투자에 대한 반발로 소수민족을 위한 연구비가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가 연구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미국 교수들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간호대학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연구비를 받아내는지도 알게 됐다. 연구재단에서 프로젝트 공모가 발표되면 연구소에서 먼저 교수들 중 그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 심의해 그에게 제안서를 내도록 제안하고, 이에 응하면 패널을 구성해 제안서를 내기 전에 몇 차례에 걸쳐 검토해 보다 완성도 높은 제안서를 낼 수 있도록 안내한다고 한다. 누구라도 연구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소에 가면 연구팀을 구성해 주고 그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프로젝트로 실현될 수 있도록 완벽하게 도와준다고 했다.
◇디즈니월드 같은 어린이병원 =워싱턴대 어린이병원은 디즈니월드를 방불케 했다. 병동 이름도 기린병동, 고래병동, 로켓병동, 풍선병동 등으로 불렀고, 기린병동에서는 엘리베이터부터 환아 이름표에까지 기린 컨셉을 활용하고 있었다.
어느 환아에게 입원 소감을 물었더니 정말 왕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병실 내에는 첨단 의료장비는 물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CD나 게임기들이 가득했다. 병원 입구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도 있어, 정말 아파서 병원에 왔는지 놀이동산에 왔는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환아들을 이렇게 호화롭게 대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한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비싼 미국의 의료비 덕분이다. 그러나 병원 입구 벽을 끝없이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기부자들의 명단을 보면서, 이 사람들의 나누는 문화 덕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부자 명단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폴 알렌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배정이 교수(인제대 간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