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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현장에서 보낸 아름다운 여름휴가
신승정(동국대병원+한방병원 간호사)
[동국대병원+한방병원] 신승정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8-23 오전 09:15:52

올 여름 폭우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동국대병원+한방병원에서는 의료지원단을 결성했다. 휴가기간을 이용해 의료지원단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의료지원단은 간호사를 비롯해 내과.외과.소아과.가정의학과 전문의, 한방 전공의, 약사, 방사선사 등으로 구성됐다.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강원도 평창 진부면은 영화 속 전쟁터 같았다. 뜨거운 햇볕 속에 거리는 온통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군용 트럭과 군인들, 망연자실한 주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진부중학교 운동장에는 토사가 쌓여 있었고, 그것들을 치우는 중장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임시 숙박소인 학교강당은 노인과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교실 하나는 양방진료, 다른 하나는 한방진료를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100~130명 정도의 환자가 다녀갔다. 주로 근육통과 감기몸살, 피로감을 호소했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노인들에게서 폐렴이 생기기도 했다. 복구작업 도중에 다쳐서 오거나,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한방의료진에서 침을 놓아주었다. 물속에 잠겨있던 시간이 긴 탓에 피부병 환자도 많았다.

의료지원 활동은 3박 4일 일정으로 시작됐으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아 9박 10일로 연장하게 됐다. 부족한 물품은 병원에서 추가로 지원해 주었고 의료진들도 교체됐다. 나를 포함한 간호사 세 명은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에 끝까지 남았다.

산사태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자식을 먼저 보낸 죄인이 무슨 면목으로 병원에 오냐며 울먹이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수해민들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와줘서 절로 힘이 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들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는 큰 행복이었다. 우리는 수해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슬픔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했다.

비록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뿌듯했고, 나의 여름휴가가 풍성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자랑스러웠고,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에 옮겼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수해민들이 하루 빨리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의료지원을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내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여름휴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신승정(동국대병원+한방병원 간호사)

  • 중앙대 건강간호대학원
  • 보험심사관리사 자격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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