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동아시아 간호학자 포럼
한국 앞지르고 있는 아시아 간호 실감
[연세대간호대학장] 이정렬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4-20 오전 09:54:22

이정렬(연세대 간호대학장)
EAFONS(East Asian Forum of Nursing Scholars)는 1997년 한국, 일본, 태국, 대만, 홍콩, 필리핀 등 동아시아 6개국이 모여 시작했다. 동아시아권에서 박사학위과정을 개설한 간호대학들이 모여 각국의 박사과정 수준 향상을 위해 교육과 연구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네트워크이다. 국제적으로는 INDEN(International Network for Doctoral Education in Nursing)이 전 세계 박사과정 학교들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으며, EAFONS는 INDEN의 아시아판이라고 할 수 있다.
EAFONS 6개국이 매년 교대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5년에는 한국에서 열렸으며, 올해는 태국 방콕에서 마히돌대학이 주축이 돼 3월 30~31일 개최했다. 2005년에 한국에서 개최됐을 때는 60여명 정도가 참석하는 소규모 회의여서 작년에 처음 EAFONS 학술대회에 참석한 본인으로서는 비슷한 규모의 학술대회를 예측하고 참가했다.
하지만 예측을 벗어난 대규모 학술대회와 참가한 국가들의 간호 수준을 보고 우리나라의 간호 수준이 동아시아권에서 얼마나 될까 분석해 보는 기회가 됐다. EAFONS 국가 중 한국의 간호 수준이 몇 위라고 생각하느냐고 우리나라 간호학자들에게 묻는다면 일반적으로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이번 학술대회는 태국 마히돌대학이 주축이 됐지만 태국의 간호대학장협의회와 간호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고, 정부 교육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300명 이상이 참가했으며, 특히 일본 학자들은 60명이나 참석해 아시아권 행사 때마다 일본의 위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학술대회에서 얻은 정보 중 아시아권에서 우리나라의 간호 수준에 대해 느끼게 해주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려고 한다.
대만에서는 간호학 박사학위를 받는 조건 중에 졸업 전에 SCI/SSCI급 학술지에 연구보고서가 게재돼야 하고, 외국에서 6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외국에서 6학점을 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는 SCI/SSCI 논문을 2편 게재하는 조건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박사논문은 영어로 작성한다. 태국도 박사논문은 영어로 작성한다고 한다.
각국의 영문 간호학술지 현황을 보면 일본에는 2개의 영문 저널이 있고, 태국에도 이미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영문 간호저널이 있냐고 모두 물어왔다. 한국간호과학회 학술지가 1년에 8회 발간되고 이중 2회(6월 12월호)가 영문판으로 나오고 있다고 하니까 각국 학자들이 합창으로 그건 영문저널이라고 할 수 없다고 일깨워 주었다.
일본은 대학 건물보다 더 큰 연구소를 별도 건물로 갖고 있으면서 연구비를 모든 교수가 수주해오고 있다고 한다. 대만도 매해 교수들이 SCI/SSCI 논문게재를 2~3편씩 하고 있고, 모든 교수들이 연구비를 매해 수주하고 있다고 한다.
태국 칭마이대 간호대학은 학생 수가 1300명에 교수 수가 165명이며, 8개의 과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올해 12월까지 과를 모두 통합해 없애는 작업 중에 있다고 한다.
연세대 간호대학이 몇 년간의 작업으로 9개 전공과를 3개(임상간호과학과, 가족건강관리학과, 간호환경시스템학과)로 통합한지가 2년이 되어오고 있어서 9개 전공을 3개과로 통합하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를 실감하고 있는데, 모든 과를 없애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신시내티대 간호대학이 교수 60명 정도인데 최근에 과를 모두 없앴다고 하면서 60명 정도의 교수가 몇 개의 과로 나뉘어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하는 학장의 말을 듣고 놀랐는데, 칭마이대 간호대학은 교수가 165명이나 되는데도 8개과를 없앤다고 한다.
일본, 대만, 태국은 이미 우리가 앞설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뛰어가고 있는 느낌이었고, 그렇다면 홍콩과 필리핀은 어떤가? 이 두 나라 간호학자들은 영어권이라 국제학술교류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또한 간호법 얘기가 나오면서 태국은 1985년에 간호법이 생겼다고 하자, 필리핀 학자가 한국은 아직도 간호법이 없이 어떻게 간호활동을 하고 있냐고 의아해하며 물어왔다.
이틀간의 EAFONS 학술대회에 참석하면서 이렇게 우울하게 느껴본 적이 없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을 돌이켜 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다.
우리나라는 1978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박사과정을 개설했다. 1989년 태국과 대만에, 1998년 일본에, 2004년에 중국에서 박사과정이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가 먼저 시작은 했으면서도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처럼 지금 일본, 대만, 태국의 간호 수준은 따라잡을 수 없게 뛰어가 버렸다.
내년에는 2월 22~23일 필리핀에서 EAFONS 학술대회가 열린다. 동아시아에 있는 타 대학들의 교육과 연구 수준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