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페트라'를 찾아서
[화산리보건진료소장] 변묘숙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10-07 오전 10:18:26
-바알백사진.jpg)
요르단에 위치한 페트라는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계속되는 중동의 불안한 정세로 해마다 망설였는데 `이러다 보면 영원히 못 갈 수도 있겠다' 싶어 지난 하계휴가 때는 죽거나 살거나 일단 떠나보기로 했다. 친구들과 고1 아들과 함께.
카타르의 도하를 거쳐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으로 이어지는 10여일 일정의 최고목표는 페트라의 엘 카즈네를 보겠다는 것이지만 또 다른 목적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과연 그곳은 매스컴에 보도되는 것처럼 위험한 곳인지 아닌지를 직접 살펴보고 아울러 그곳에 꽃피웠던 고대문명의 흔적과 그 문명과 함께 살고 사라져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찾아보고 싶었다.
13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베이루트는 걸프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초록의 도시였다.
콩 소스가 푸짐한 레바논식의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비블로스로 떠났다. 기원전 6000~8000년 전의 우물터와 고대 수메르인의 설형문자를 22개의 쐐기문자로 만들어 알파벳의 기원이 되게 하였던 페니키아인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적지다. 이곳 가까이 위치한 바알백 신전을 장식한 돌을 다듬었던 채석장에 먼저 도착해보니 거대한 돌들이 방금 석공의 손이 떠난 듯 놓여져 있었고 1000t 짜리 거석이 3개나 바닥을 장식한 로마제국의 신전 터엔 주피터신전, 열주회랑이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인접한 시리아 국경을 넘어 십자군 시대 기사의 성채인 크락데스 체발리에 성을 찾았다.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유적들의 생생함은 어느 구석에선가 십자군이 튀어 나올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시 국경선을 넘어 요르단의 제라시로 떠났다. 규모면에서 팔미라와 쌍벽을 이루는 히포드럼, 제우스 신전, 아르테미스 신전 등이 있는 곳이다. 이곳 고대 극장에서 노래도 한곡 부르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는데 음향시설이 완벽하게 살아 있음을 에코 포인트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암만에 도착하여 이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페트라를 찾았다. 말을 타고 들어간 협곡의 문 앞에서 만나게 된 엘 카즈네 신전 앞에 서보니 왜 많은 여행가들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라고 책마다 일러두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사막의 한 유목민이었던 나바테안 족이 기원전 1~2세기경 사암을 통째로 깎아 만든 신비로운 건축물이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16가지의 색깔로 변하는 신전의 용도는 귀족의 무덤이었다고 하는데 `인디아나 존스'와 `미이라2'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요르단 남쪽의 항구도시 아카바에서 반잠수정을 타고 둘러 본 아름다운 홍해의 산호군과 물고기들은 마치 용궁에 도착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마지막 날 짐을 정리하며 켜둔 TV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소식을 전한다. 역사적인 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암만 시내를 둘러보고 여정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기원전 1800년경 유대민족의 지도자 모세가 이집트로부터의 종살이를 끝내고 가나안 땅으로 가기위해 머물렀던, 성서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땅. 척박한 땅에서도 문명을 일구어 인류에게 유산으로 남겨 놓은 곳. 그동안 우리는 왜곡된 시선으로 그 땅을 바라보지는 않았을까.
돌아오면서 자꾸 뒤돌아보게 된 것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와 정이 그 땅에 남아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변 묘 숙(울산시 울주군 화산리보건진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