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인요양시설 연수기
눈·귀 먼 노인되어보기 체험 유익
[인삼골건강마을] 임미화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2-17 오전 09:33:17

충남 금산에 위치한 무료양로시설인 인삼골건강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SK텔레콤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한 `2004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일본에 도착한 우리 일행 19명은 요시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방문보건시설인 야스라기를 견학했다. 야스라기는 `편히 쉬다'의 뜻으로 노인 모두가 이 공간에 들어오면 편안한 서비스를 받으며 건강하시라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치매환자의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사이드 레일을 올릴 때마다 보호자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었는데, 이처럼 세심한 부분에서 입소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가 매우 인상 깊었다.
오이타 연수센터에서는 일본의 노인개호보험제도 현황에 대해 배웠다. 요나카 소장은 강의를 통해 다양한 재가서비스 요구도의 증가, 거주형 시설 이용자의 증가 등 변화추세에 따른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인개호보험제도의 개선점을 모색하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자 노력하는 일본의 모습은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점을 많이 갖고 있었다.
휠체어 교육장도 방문했는데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도움을 줄 때와 도움을 받을 때에 어떤 마음이 드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았다.
연수과정 중 하나인 고령자 유사체험은 간단한 도구를 통해 노인의 신체적 변화를 체험하고 일상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는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백내장에 걸린 것처럼 뿌옇게 보이게 하는 안경, 노인성난청 상태처럼 잘 들리지 않게 하는 귀마개, 주관절과 슬관절 구축상태를 만들어 주는 억제대를 착용하고 총 3가지 과제를 실시했다. 80대 노인의 상태가 돼버린 나는 청력과 시력 저하 때문에 과제 수행이 매우 어려웠으며, 외부세계와 단절된 듯한 답답한 기분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체험 프로그램이 보다 활성화된다면 일반인들이 노인이 겪는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날. 정갈하게 차려진 일본음식도 맛있었지만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음식을 나르는 일본 할머니를 보면서 노인이 돼서도 일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다. 제도적으로 노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일본이 부러우면서도 빠른 고령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잘 짜인 일본 노인개호보험제도에 대한 부러움과 우리나라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해 무거웠다. 하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 배운 것들을 우리나라 노인보건복지 발전을 위해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연수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면서 우리나라 노인보건복지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임 미 화 간호사
(사회복지법인 인삼골건강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