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배우는 삶의 깊이와 여유
김 향 순 (보건교사회 인천지회 고등교과연구회장)
[편집국] 김향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11-18 오전 09:41:03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보건교사 직무연수를 2주동안 힘들게 마치고 거대한 나라 중국을 여행하게 됐다.
서안 국제공항에 도착해 6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안 성벽을 관람했다. 낡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벽들의 견고함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는 서태후가 즐겨먹던 교자연 특식으로 열여덟 가지의 맛과 모양이 다양한 만두를 먹었다. 당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 장소로 유명한 화청지도 거닐었다.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진시황릉 병마용갱도 둘러보았다. 병마용은 군인과 말을 실물 크기로 토기처럼 구워 만든 인형인데 진짜 군인이 서있는 것처럼 보여서 적들이 전쟁을 잠시 멈춘 적도 있다고 한다.
심산유곡을 따라 걸으면서는 산속의 기이한 봉우리와 암석이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 놓은 듯한 풍경들로 계속 이어져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저녁에는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발마사지를 받았는데 중국차에 발을 담그고 지압과 마사지를 받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은 환상적인 지하 비경을 가진 중국 최대의 동굴인 황룡동굴을 관광했는데 그야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동굴 안에서는 폭포가 떨어지고 그 안으로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었다. 석회석의 모양이 거북이, 손오공, 호랑이, 뱀 등 여러 가지라 매우 신기했고 조명도 환상적이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계림으로 이동했다. 수백개 기봉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강을 유람하고 마치 비단을 펼쳐놓은 듯이 아름다운 첩채산과 코끼리가 이강의 물을 마시는 듯한 모양의 거대한 상비산을 마주볼 수 있었다. 북두칠성을 닮은 아름다운 자연공원인 칠성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모든 것이 낯설게 다가올 때 삶의 가치도 다시 느낄 수 있음을 생각한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길모퉁이에 서서 낙엽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보고 싶다.
김 향 순 (보건교사회 인천지회 고등교과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