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간호 연수를 다녀와서
노인 요구별 맞춤간호 인상깊어
[서울대 간호대학] 이지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10-21 오전 09:22:23

서울대 본부의 지원으로 간호대학생 3명이 여름방학 기간 중 가정간호 연수를 다녀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에 위치한 라 카나다의 가정간호센터에서 3주간 실습교육을 받았다.
우리가 실습했던 곳은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허가받은 사설 노인간호센터였다. 가정 같은 분위기 속에서 어르신들이 지내고 계셨는데,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분들의 식사메뉴가 각 개인의 인종과 문화를 존중해 따로 요리돼 나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일본 할머니는 초밥과 소바를, 헝가리 할머니는 샌드위치와 과일주스를, 신문사 편집장이셨다는 미국 할아버지는 커피를 아침에 드신다. 과연 진정한 개별간호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미국은 노인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디케어'라는 국가보험을 통해 가정간호 비용과 너싱홈 비용을 거의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노인 일상생활을 돕는 기구를 사는 비용까지도 국가가 대준다. 이는 직장생활을 하며 자신 혹은 배우자의 명의로 사회에 일정량의 세금을 내고, 퇴직한 후 자신의 노후를 보장받는 제도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현재 자신의 풍요와 안락만을 중요시하는 근시안적인 사고로는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도 얻게 됐다. 개인과 국가, 그리고 기업이 모두가 함께 협력해야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노인복지정책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해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가졌다. 헌팅턴, 굿 사마리안, 카이저, 버두고, 스탠포드, UCLA메디컬센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합병원들을 비롯하여 여러 노인간호 시설들을 방문하면서 우리가 배울 것이 무엇인지 눈을 크게 뜨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따라다녔다. 미국 병원은 국내의 유수 종합병원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이 없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나라 병원이 훨씬 더 쾌적하고 과학적인 시설을 갖추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한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병원을 구성하는 사람들, 특히 간호사들의 모습이었다.
병동의 간호사들은 거의 필리핀 사람들이었다. 간혹 미국인이나 다른 인종의 간호사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방문한 로스앤젤레스 병원에는 필리핀 간호사들이 참 많았다. 인종에서 한번 놀랐고 이들의 연령이 평균 40∼50대라는데 또 한번 놀랐다. 20년 혹은 30년 동안 한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병원이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무환경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근속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간호사들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기고 있었다. 미국에서 제정 공포된 `주사바늘 찔림 사고 예방을 위한 법률'은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직원들이 환자에게 사용된 주사바늘에 찔려 에이즈나 C형 간염 등에 감염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법률로 간호사들은 보다 안전하게 제작된 주사기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주사바늘에 노출되는 기회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특히 우리가 방문한 카이저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주사바늘 없는 주사기를 직접 개발해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간호사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협의회도 만들어져 있었다.
미국이 간호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간호사를 구하는 신문광고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미국간호대학협의회에서는 최근 5년간 간호대학 입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10년경에는 간호사 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간호대학 입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비해 인구의 노령화 및 건강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간호사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간호사 부족현상은 미국 보건당국이 해결해야 하는 급한 과제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간호대학 4학년으로서 나는 마지막 여름방학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로 보냈다. 간호사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내가 선택한 전공에 대한 자신감과 밝은 미래를 확신하게 됐다.
이지혜(서울대 간호대학)